‘장애인 예술의 허브’를 지향하는 서울 대학로 장애인문화예술센터 건립 공사가 시작됐다. 센터가 들어설 종로구 동숭동 옛 예총회관 건물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했고, 개관 시기는 2015년 4월로 확정된 상태다. 극단,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밀집한 대학로에 예술센터가 들어서면 장애예술인과 일반 관객·예술인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러나 예산 규모와 구체적 건립 계획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장애예술인들의 염원을 담은 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끝내 ‘속 빈 강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일단 터무니없이 적은 예산 탓에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또 센터가 ‘전시’에 비중을 두다 보니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5년 4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문을 열 예정인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조감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2015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따르면 장애인문화예술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건물 매입비를 제외하면 사업 운영비 6억원이 전부다. 옛 예총회관 건물은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유라서 문체부의 매입 절차가 필요하다.
한 장애인예술단체 관계자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센터에 6억원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일반 관객이 와서 보고 이용할 콘텐츠가 빈약하면 허사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예산 부족을 시인하며 “국회에 협조를 구해 추가 예산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문화예술센터로의 탈바꿈을 위해 최근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옛 예총회관 건물. 세계일보 자료사진 |
“장애인문화예술센터에 정작 장애인 창작자를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건립 기본계획 발표 후 꾸준히 제기됐다. 그중 특히 문제가 된 건 공연장이다. 센터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에 연습실이 있을 뿐 정상적 공연장은 갖추고 있지 않다. 지상 1, 2층은 모두 전시 공간으로 배정해 관람객이 영상, 미술, 사진 등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공연을 주로 하는 장애인예술단 대표들은 “공간 배정이 특정 장르에 편중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이 드물고 그마저도 대관이 어려운 현실에서 장애인예술 전용 공연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센터가 장애예술인의 창작 공간 위주로 돼야 하는데, 오히려 관람객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기존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원래 사무용으로 지은 옛 예총회관이 4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공연장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정도의 큰 공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바닥 면적이 330㎡(약 100평) 정도인데, 여기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한 층에 198㎡(60평) 정도만 남아 공연장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꼭대기 층 천장을 높여 소규모 공연이라도 가능할 정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시공업체 등과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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