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파동 배후는 K.Y.’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 메모 노출 파문이 일단 수습되는 국면이다. 김 대표는 14일 당·청 갈등을 우려해 확전을 자제했고 청와대는 배후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음종환 행정관의 사표를 즉각 받았다. 하지만 음 행정관과 그의 말을 옮긴 새누리당 이준석씨(전 비대위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진상규명 없이 서둘러 ‘꼬리자르기’에 나선 인상이 짙다. 또 김 대표가 배후설에 상당한 불쾌감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불씨는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음 행정관이 김 대표, 유승민 의원의 배후 지목을 부인하면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대구지역 공천을 위해 김 대표, 유 의원에게 줄대려고 했다”고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조 전 비서관이 공천을 위해 문건을 활용하며 두 사람과 접촉하고 김 대표, 유 의원은 이 과정에서 문건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으로선 아주 꺼림칙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의원이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작년 가을쯤 한 모임에 지인과 함께 나온 조 전 비서관과 처음 식사를 같이했다. 공천과 관련해선 기역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는 그러나 배후설의 진위나 조 전 비서관의 줄대기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없이 음 행정관만 조치해 봉합했다.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이씨로부터 배후설을 전해듣고 격앙된 감정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은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배후설을 거론할 정도면 청와대 기류도 비슷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음 행정관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냈고 권력 핵심 실세들과도 가깝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이 각각 차기 대선과 원내대표 경선의 유력 주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당청 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청 갈등을 부인하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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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종환 행정관 |
음 행정관이 배후설을 제기했다는 술자리 모임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이씨는 음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배후로 언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음 행정관은 부인했다. 문제 발언이 있었던 모임은 지난해 12월18일이다. 처음엔 음 행정관과 그의 지인,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 3명이었다가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과 손수조 청년위원이 합류했다. 이씨는 끝에 참석했다. 이씨는 당시 음 행정관이 “신문에 있는 게 다 맞는 정보라고 생각하느냐. 방송에서 말을 많이 한다”며 핀잔을 줬고 “신문보도 이상을 얘기하려면 고급 정보를 달라고 하니, 그런 맥락에서 배후설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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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당·청 간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김 대표는 2013년 6월27일에도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그대로 카메라에 찍혀 애를 먹었다. 당시 김 대표는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읽어봤다”고 했던 발언이 외부로 알려져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 문자 메시지는 발언 유출자로 김재원 의원을 지목하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이 황급히 보낸 해명성 쪽지도 함께 언론에 공개됐다. 이 사건 이후 본희의장에서 누구보다 보안에 신경써온 김 대표가 카메라 기자들이 빤히 지켜보는 가운데 수첩을 펼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음해도 기막힌데, 사진에 찍히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누명도 기가 막힌다”고 펄쩍 뛰었다. 연출이라면 ‘실익’이 불분명하다. 그래서 김 대표가 홧김에 저질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우승·이도형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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