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화재청은 그 한국판 폼페이 유적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인멸 위기에 처했다. 풍납토성 내에는 과거 발굴로 유적이 드러난 ‘경당지구’ 부근을 2권역이라고 하여 토지보상지역으로 묶고, 그 외의 유물 매장 예상지역을 3권역이라 하여 2000년부터 지상 15m 5층 건물로 규제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문화재청은 이 3권역을 완화해 지상 21m, 7층 건물을 짓도록 하는 ‘풍납토성 보존 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 |
풍납토성 내의 모든 지역을 사적으로 지정해 보전해야만 한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를 모두 발굴해 로마를 사적지로 보호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백제의 풍납토성도 백제 유적과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굴없이 모두 보존해야만 한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 부지, 충주 스포츠타운 부지 등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공사가 진행될 때 마다 중요한 유적이나 유물이 나오는데도 문화재청은 어김없이 해제 우선이다. 재고하기 바란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고대 왕도 유적을 보존해 경쟁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 오사카성의 정문 앞에 있는 나라시대의 도성인 나니와노미야(難波宮)를 보존하기 위해 오사카시와 공동으로 1954년부터 10만평에 가까운 초특가 토지를 매입해 유적을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 2000년의 역사가 시작된 풍납토성을 명실상부한 백제 왕궁유적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적극 나서 국가사적 확대 지정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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