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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통제하는 사회… ‘사회적 인간’이 사라진다

입력 : 2015-03-14 01:05:25 수정 : 2015-03-14 0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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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서 목적 찾고 능력 발휘, ‘사회적 인간’의 삶은 이제 옛말
젊은이들 절반 최저임금 수준, ‘워킹푸어’ 내몰려 사회 무관심
한국사회 문제점 조목조목 해부
김윤태 지음/이학사/1만7000원
사회적 인간의 몰락 - 왜 사람들은 고립되고 원자화되고 파편화되는가?/김윤태 지음/이학사/1만7000원


젊은 사회학자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쓴 신간 ‘사회적 인간의 몰락’은 최근 사회변화 흐름을 잘 짚은 보기 드문 역작이다. 저자는 진보적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책에서는 진보와 보수, 좌우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고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세계적 추세를 설명한다. 홉스, 루소, 스미스, 마르크스, 엥겔스, 베버, 뒤르켐 등 근대 사상가로부터 프로이트, 레비스트로스, 아렌트, 푸코, 엘리아스, 마르쿠제, 하버마스 등 현대 사상가들을 종횡으로 살피면서도 사라져가는 ‘사회적 인간’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한국적 문제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도 제시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사회적 인간이란 인간공동체에서 목적을 찾고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인류는 지난 2400년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체 인간을 당연하다고 믿었고, 사회도 그렇게 작동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체에 따르면 인간 존재의 목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바로 공동체 안에서 인간 최상의 능력들을 실현하는 것이며, 인간은 오직 공동체 안에서만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 인간이 몰락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사회적 인간의 몰락’에서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광화문 사거리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은 독립했지만, 그들의 의식과 문화는 여전히 과거 사고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공동체사회의 성숙 단계를 경험하고 있지만 아시아는 여기에 미치지 못한 채 고립되고 파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급한 자본사회가 똬리를 튼 아시아 각국, 이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공동체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회사를 다니는 한국 젊은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을 워킹푸어(근로빈곤층)라고 한다. 워킹푸어는 현대판 프롤레타리아다. 비정규직은 사실상 굴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일을 해도 다른 옷을 입고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 임금도 적고 계약 기간도 다르다. 흔한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다. 워킹푸어의 지속적 증가는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지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는 “바로 여기에서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시작되었다”면서 “국가의 약화는 곧 시장의 지배를 허용하고 자본의 독재를 정당화한다. 이윤의 논리가 사회의 운영을 통제하고 모든 시민의 삶을 질식하게 만든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수습 직원 11명을 채용해 2주간 부려먹다 전원 해고한 사실이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한국에서 국가는 다양한 사회계급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자본의 요구를 중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자본이 대학과 언론, 심지어 노동조합과 시민운동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와중에 국가는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고 정치는 실종되고 모든 것은 개인 책임으로 떠넘겨진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라면, 우리가 사회를 방관한다면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사회참여, 정치참여, 민주주의가 없다면 사회적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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