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 학술회의
“양국, 위상 변화 적응 못해 대립”

커트 캠벨(사진)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한·일 관계 문제 토론회에서 “미국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더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우리가 더 개입한다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미국에) 있지만, 지금보다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국이 가시적으로 관여하고 이 균열을 고치는 게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가깝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값싼 박수’ 발언을 의식한 듯 “정치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누군가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미국)의 공적인 요구 사항을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국방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안보 문제를 담당한 리처드 로리스 전 부차관보도 한·일 관계에 대해 “강제적이고 지속적인 제3자 개입 이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행동에 나설 능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과 일본 없이 아시아 중시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관계 악화가 위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오는 갈등과 대립이라고 진단했다. 14일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의 도쿄대학 홍고(本鄕) 캠퍼스에서 열린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새우’의 신세에서 벗어나 ‘돌고래’ 정도의 위상이 됐는데 그에 맞는 행동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도 국력이 한참 아래였던 한국이 현재 수준으로 성장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갈등 해소 노력을 해왔던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떨어진 것을 양국 갈등 장기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과거 안보 등에서 양국에 공동 이익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엘리트들이 갈등에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지금은 정치가도, 언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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