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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홍제역 의인이 중국에도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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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2 14:11:30 수정 : 2015-04-22 1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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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8시30분쯤, 중국 광둥(廣東) 성 심천(深圳)의 한 지하철역.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곧 도착할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고, 허둥지둥 표를 끊은 다른 승객들도 승강장을 향해 오는 등 역사는 온통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때, 열차를 기다리던 한 여성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승강장 바닥에 쓰러졌다. 나중에 임산부로 알려진 이 여성은 열차를 기다리던 중 저혈당 증세를 일으켜 기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야기는 다시 여성이 쓰러졌던 때로 돌아간다. 당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가만히 서 있던 여성이 쓰러지자 돕기는커녕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고, 승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뒷걸음질은 CCTV에 그대로 포착됐다.

그러나 이제 막 승강장에 들어와 영문을 몰랐던 사람들은 앞쪽의 승객들이 웅성대며 뒷걸음질 치자 뭔가 불길한 일이 생겼다고 지레짐작,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몇몇 사람들의 공포에 질린 음성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고, 승강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매표창구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테러라도 저지른 양, 자기 몸 살리기에 바빠 주변 상황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도망친 것이다.


약 1분간 소동이 벌어졌던 승강장 풍경은 처참했다. 곳곳은 도망치다 넘어진 사람들의 피로 흥건했으며, 핸드백과 휴대전화 그리고 안경 등 주인 잃은 물건들은 영문을 모른 채 승강장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만 살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낳은 참극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누구도 쓰러진 여성에게 ‘무엇이 잘못됐냐’며 묻지 않았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자기 안위만을 챙기려 뒷걸음질 친 사람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승객들이 도망쳤고, 이는 결국 승강장 전체를 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승강장 소동으로 승객 10여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다행히 이 중에 생명이 위독한 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 급히 빠져나온 한 20대 여성은 “핸드백과 회사에 가져갈 파일을 모두 잃어버렸다”며 “나의 아침은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망치는 동안 어딘가에 다리를 긁혀 상처까지 났다”며 “누가 내 머리를 쳐 아직도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다른 여성 승객은 “사람들이 마구 소리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며 “서로 등을 밀치고 팔로 치는 등 자기만 보살피기에 바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누가 날 밀어 바닥에 넘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서는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돕기보다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라도 내가 상대방을 도왔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우리는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전직 간호사가 심정지로 쓰러진 남성을 되살린 사연을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또 같은달 4호선 전동차에서 의식잃은 승객을 살린 다른 승객들의 재빠른 대응책에 박수를 보냈다. 최근에는 지하철 7호선 승강장에서 쓰러진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40대 남성의 이야기도 전해진 바 있다.

한편 심천 지하철 관계자는 “승강장에서 소동이 벌어지자 해당 역사는 즉시 긴급 대피 시스템을 가동했다”며 “안타깝게도 쓰러진 여성 주변의 다른 승객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이를 모르는 뒤쪽 승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면서 큰 사고로 이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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