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시장 커지는데… 관련법은 전무

플랫폼업체 10% 안팎 중금리로 대출자·투자자 모아 큰 인기

P2P 대출(개인 간 대출) 플랫폼 업체인 ‘8퍼센트’는 이달부터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의 13억원 투자 모집을 시작했다. 지난 3일 1차 모집(모집금액 3억원·만기 12개월·금리 연 4.5%)에는 170명이 몰려 4시간 만에 마감됐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쏘카로부터 매월 이자를 받게 된다. 1인당 투자 한도(모집금액의 최대 10%)를 꽉 채워 3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1만2500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한다. 은행에 3000만원을 1년 동안 넣어놓으면 받을 수 있는 월 이자(지난 5월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 연 1.75% 기준) 4만3750원의 약 3배 수준이다.

앞으로 세 차례 더 진행될 투자금 모집에서 13억원을 채우게 되면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P2P 대출이 된다. 8퍼센트는 최근 대출신청인과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횟수를 일주일에 1번에서 2번으로 늘렸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연말까지 대출 금액이나 횟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P2P 대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0% 안팎의 중금리를 내세워 은행의 높은 문턱에 걸린 대출희망자들과 초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8일 P2P 대출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머니옥션’과 ‘팝펀딩’이라는 P2P 대출 플랫폼 업체가 생겨난 이후 현재는 소형 업체까지 포함해 50여개 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P2P 대출 시장규모는 2009년 1억달러에서 지난해 88억달러(약 9조944억원)로 폭증했다.

P2P 대출 플랫폼 업체들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대출희망자와 투자자를 연결해 준다. 신용정보업체로부터 대출희망자의 신용등급 정보를 받고 자체적인 분석 시스템을 통해 신용도를 평가해 금리를 정한다.

P2P 대출의 가장 큰 매력은 대출자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이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등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제2금융권을 찾을 경우 연 20% 안팎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데 P2P 대출을 활용하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넣어놔도 금리가 연 2%도 되지 않는데 P2P 대출을 통해서는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문제는 P2P 대출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관련법이 없어서 ‘변종 대부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P2P 대출업체들 대다수는 법의 테두리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대부업 등록을 한다. 대부업자 이미지를 감수해야 하고, 대부업체와 똑같은 광고 규제 등을 받아 영업에 제약이 있다.

또 법이 없다 보니 투자자가 돈을 갚지 않거나 플랫폼 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채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져 정부가 지난해 P2P 대출 플랫폼 업체 70여곳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회에서 지난 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크라우드펀딩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창업 기업이 온라인으로 소액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지분투자형에만 국한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인 P2P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P2P 대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P2P 대출 자체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다른 어느 핀테크 분야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P2P 대출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플랫폼 업체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져 대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투자자 피해를 막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