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계일보 DB |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됐다는 이유로 분담금을 없앤다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발언은 정말 치졸합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베 총리의 말이 제정신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했다. 세계 각국 비난 여론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중지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진심에서 우러난 반응이 아니라고 서 교수는 생각했다.
서 교수는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자신 있게 인정한다면 훌륭한 나라로 성장할 것”이라며 “어째서 역사를 왜곡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를 만나 ‘왜 그러세요?’라며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던 시대에는 감추려면 뭐든지 감출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의 시대 흐름 역행은 퇴보를 자초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난징대학살 문서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중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로 봤다. 그는 “우리나라도 위안부 관련 문서를 등재토록 노력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는 외교력을 키우고, 국민 개인은 다각적 홍보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양탑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하려 했지만 '강제동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나가사키(長崎) 시가 허가를 미루고 있다. 특히 안내판 맨 아래에는 '이 안내판은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모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히 들어가 있다(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
서 교수는 지난 주말 일본에 다녀왔다. 일제 강점기 한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혼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다카시마(高島) 공양탑 관리를 위해서다. 그는 앞서 MBC ‘무한도전’을 통해 하하와 공양탑을 방문, 버려지다시피 한 관리 실태를 전했다.
다카시마는 일본 군수 대기업인 미쓰비시가 한인을 징용한 탄광 섬의 하나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한인이 끌려가 비참하게 일하다 목숨을 잃었으나, 일본의 근대화 관광지로만 알려졌다.
서 교수가 앞서 공양탑 재정비 계획을 밝히자 네티즌들의 엄청난 응원이 쏟아졌다. 무려 1800만원이 모였다.
서 교수는 네티즌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생각이다. 공양탑 재정비와 더불어 또 다른 강제징용 상징인 우토로 마을의 역사관 건립에도 기부할 예정이다. 재개발에 들어가는 우토로 마을이 없어져도 과거 어떤 아픔이 존재했는지 후손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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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경덕 교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
오는 25일은 제115주년 독도의 날이다. 그러나 독도의 날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서 교수는 한국 홍보 전문가인 동시에 성신여대 교수이기도 하지만, 독립기념관의 독도학교 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 교수는 “독도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지만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군사력이 높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군사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 교수는 “일본이 멍청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어떻게 감당하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독도 수호에 많은 이들의 참여를 바랐다. 그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무작정 탓하기보다, 다 함께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일본에 맞서 독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홈페이지(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
서 교수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중국청년보에 동해광고를 냈다. 그가 공산당 기관지에 광고를 게재한 첫 번째 사례다. 서 교수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일본해 표기도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동해’로 고쳤으며, 인민일보에도 교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청년보에 동해광고를 내는 데만 약 6개월이 걸렸다”며 “‘이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어렵다’ 식으로 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청년보를 함께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무엇이든 첫 번째가 어려운 법, 이제 청년보를 뚫었으니 인민일보에도 광고를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K-POP' 안내서를 보는 MIT 학생들(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
한편 서 교수는 최근 가수 싸이와 함께 K-POP(케이팝) 안내서를 매사추세츠공대(MIT), 뉴욕대학교(NYU),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브라운대 등에 비치해 화제가 됐다. 그는 배우 송혜교, 조재현, 이영애 등 여러 스타와 함께 해외 유명 관광지에 한글 안내문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 교수는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그리고 칠레 등에서도 K-POP 안내서 요청이 쇄도한다”며 “인쇄비용은 문제없지만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서 교수는 조만간 K-POP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생각이다. 종이 안내문에 들어가지 못한 콘텐츠까지 포함, 수많은 K-POP 정보를 싣기 위해서다. 그는 “동참할 가수들을 모을 것”이라며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본다”고 웃었다.
서 교수가 꿈꾸는 진정한 세계화는 무엇일까?
서 교수는 “한식의 세계화”라며 “각 나라 도시 한인타운 식당에 외국인들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진정한 세계화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한 가정집을 상상해보라”며 “엄마가 아이들에게 ‘오늘은 비빔밥 만들어 먹자’고 그릇을 내놓을 때, 그것이 진정한 세계화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뛸 생각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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