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트 증후군(여아에게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아 3살 때부터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인영(11·가명)양은 병원 치료를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4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기 기간이 매번 원망스러웠다. 각 병원마다 정하고 있는 2, 3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이 끝나면 곧장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기에 미리 서너 군데 병원에 진료 신청을 하고 대기하는 게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재활치료를 장기간 쉬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 2013년 초 이양은 새 병원을 찾지 못해 반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하루하루 딸의 몸이 굳어가는 게 눈에 보이니깐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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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실, 푸르메재단 등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병원 45곳 중 재활의학과 설치 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권역별 재활병원이 전국 6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아동 병상은 전체 병상 중 10%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를 지닌 소아·청소년(0∼19세)은 10만명 정도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등록 기피 등을 이유로 집계되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30만명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아동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신청한 뒤 짧게는 반년, 길게는 수년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더라도 병원 치료는 2, 3개월로 제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이상 치료시 과잉 진료를 이유로 건강보험 지원액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들 사이에서 굳혀진 관행이다.
또 가까스로 재활치료를 시작하더라도 필요한 치료 종류 중 일부만을 받는 데 그쳐 장애아동이 불가피하게 다른 병원에서 동시에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동이 받는 기본 치료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네 종류다. 여기에 개인 특성에 맞춰 감각통합치료, 음악치료 등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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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푸르메재활센터에서 한 아동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의료의 차원에서 장애아동 재활치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명옥 인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 안에서는 병원 경영 악화 등 이유로 재활치료 인력의 저임금 현상이 고착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전체 재활치료의 질 악화를 불러온다”며 “장애아동 부모의 부담을 고려해 의료수가 개선과 함께 금전 지원 등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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