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서머타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기획재정부발로 퍼져서다.
서머타임제는 낮시간이 길어지는 봄에 표준시간을 1시간 당겼다가 가을에 원래대로 되돌리는 제도다. 정확한 명칭은 ‘일광 절약 시간제’다.
기재부는 이달 중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한 축을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로 잡았다. 거기에 서머타임 도입을 반영하는 문제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등 올해 내수 진작을 위한 카드를 다 쓴 만큼 내년 초 ‘소비절벽’을 막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초기 아이디어가 외부에 새 나가자 제도 도입 방침을 백지화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머타임제 도입에 관한 사항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들도 통화에서 “다른 부처든, 재계의 요청이든 서머타임제 도입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입을 맞췄다.
우리나라는 1948∼1956년과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1987∼1988년 두 차례 서머타임이 시행됐다가 중단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과 일본, 백야 현상이 있는 아이슬란드를 빼놓고는 전부 시행 중이다. 이 때문에 1997년, 2007년, 2009년 등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재도입이 논의됐다.
도입론자들은 소비 활성화 등 내수진작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서머타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가장 최근의 연구보고서는 2009년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다.
이를 보면 레저·여행·소매업 등과 같은 서비스업의 소비 증가 등 경제 전체적으로 1조29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라이프 스타일이 ‘일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전환되고 야외 스포츠, 영화 관람,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 삶의 질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당시 월 전력 사용량의 0.42~0.98%가 절약돼 연 500억~1180억원 정도 에너지 비용 절감을 예측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비정규직과 야간 근로자,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이 연장되고 항공기 스케줄 등 시스템을 조정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여기에 많은 국민도 생체리듬의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0년 서머타임 도입을 강행하려다 막판에 무산된 것도 이 같은 반발에 직면해서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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