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가지질공원의 대표적 경관인 태종대 바위 전경. 백악기 말 호수에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진 지질 기록을 보여주는 곳이다. |
기자가 찾은 부산국가지질공원 남부지구의 태종대, 이기대, 오륙도 등은 동부 장산의 화산활동에 영향을 받은 지역들이다. 태종대는 호수에서 태어나 바다와 맞선 바위들이라 할 수 있다. 백악기에 형성된 호수 퇴적층에 장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다시 퇴적되면서 생겼다.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7호로 지정됐다. 단층작용에 의해 형성된 꽃다발구조 등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다양한 자연 현상과 만날 수 있다.
부산 이기대. |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에 따르면 태종대 일대는 대략 9000만∼7000만년 전 호수였다고 한다. 이 호수로 흘러드는 강은 2000만년에 걸쳐 진흙과 모래, 자갈, 백악기 동물들의 사체를 실어왔다.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태종대에서 층층이 퇴적층을 만들었다. 당시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이어진 하나의 대륙이었다. 동해도 바다가 아닌 대륙이었다. 2400만년 전쯤 지각의 움직임으로 한반도 동쪽의 일본 열도가 분리되고 그 틈으로 바닷물이 치고 들어왔다. 이후 일본 열도가 계속 움직이면서 점차 벌어져 바다가 넓어졌고 현재의 동해는 1500만년 전에 갖춰졌다.
부산 이기대 해식동굴. |
이기대 해안 산책로. |
이기대는 마그마가 화산각력암을 뚫고 관입한 흔적, 수천만년 동안 형성되고 여전히 변화가 진행 중인 공룡발자국이라 불리는 돌개구멍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동생말까지 4km로 구간에 펼쳐져 있다. 이기대 코스의 3개 출렁다리로 연결된 이곳에서는 파도소리가 기분 좋게 밀려와 귓전에 속삭이고 거대한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스카이워커에서 본 오륙도. |
지질탐험길을 걷다 부산의 상징적 명소인 오륙도에 이르면 37m 높이의 해안 절벽에 오륙도스카이가 있다. 강화유리 바닥 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풍경과 오륙도, 이기대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 해안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륙도 일출. |
암석 표면에 동심원이 나타나는 횡령산 일대 구상반려암. |
현재의 동의과학대 캠퍼스가 있는 황령산에서는 천연기념물인 267호인 구상반려암을 볼 수 있다. 세계 8개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 암석이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약 6000만년 전 퇴적암 틈을 따라 관입한 마그마의 ‘신비한 조화’로 암석 표면의 결정들이 동심원 구조를 이루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캠퍼스 내에 있어 관찰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훼손이나 도난 방지를 위해 주변에 보호 펜스가 설치돼 있다. 직원이 자물쇠를 열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인근 마을의 오래된 주택 담장으로 쓰인 큰 바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산시는 2017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 2015년 현재 32개국에서 111개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제주도가 유일하게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역사·문화·생태 등 다양한 유산을 지질공원으로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가리킨다. 장미경 부산국가지질공원해설사는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이 보전이나 보호 위주라고 하면, 지질공원은 이를 활용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에 이용할 수 있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을 경우 관광객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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