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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고마움 전했을 뿐… 나눔엔 장애 없어”

입력 : 2016-01-11 21:18:36 수정 : 2016-01-11 2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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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간호사 출신 3급 지체장애인 김주기씨
“나는 그저 살면서 고마운 마음에 서로서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일 뿐인데….”

한 달 3만원. 지체장애인 김주기(64·여·사진)씨가 월 4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쪼개 매달 기부금으로 내놓은 금액이다. 김씨의 ‘작지만 큰 기부’는 올해로 10년째다. 김씨는 자신의 선행에 대해 “너무 액수가 적어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11일 장애인 지원 단체인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 사는 김씨는 3급 지체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면서 2007년부터 거르지 않고 기부를 해오고 있다. 김씨의 기부는 우연히 푸르메재단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푸르메나눔치과를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당시 “치료 중 푸르메재단 관계자가 국내에 장애인을 위한 병원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고 조금이지만 기부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던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부를 말렸지만 강한 의지를 드러낸 김씨를 막지는 못했다. 그렇게 한 달 기부액 3만원 중 1만원은 푸르메재단에 보내지게 됐다. 1만원은 독일에서 이민자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 ‘동행’에, 나머지 1만원은 다시 5000원씩 나눠 다른 두 단체에 매달 기부 중이다.

김씨는 1970년대 독일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 파독 간호사 출신이다. 7년간 독일에서 일하다 1978년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듬해 4월 전신 신경 마비를 겪은 뒤 지체장애를 갖게 됐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방바닥 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몸이 불편해 수도 없이 넘어졌고 이가 여러 개 부러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어려운 처지지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데는 김씨의 긍정적인 생각이 큰 역할을 했다. 김씨는 “죽은 뒤 천국은 바라지 않지만 제가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게 바로 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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