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백발 머리에 검은 비닐봉투, 찢어진 운동화을 신은 낡은 옷차림까지 꾀죄죄한 행색은 영락없는 거지다. 순옥씨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단순히 '백 원만' 구걸하는 게 아니었다. 지나는 사람들을 툭툭 치고, 돈을 주지 않으면 바짓가랑이를 잡아 시비까지 붙으며 돈을 요구했다.
종로 일대에는 순옥씨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가 노숙인이 아닌 번듯한 양옥집에서 지내고 있으며, 심지어 백 원씩 구걸하며 버는 돈이 한 달이면 6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MBC '리얼스토리 눈'은 순옥씨를 만나기 위해 종로3가를 찾았다. 그는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구걸을 하러 서울 시내 곳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집을 따라가자 소문과 달리 전세 지하방이 나타났다. 순옥씨는 쓰레기로 가득 찬 얼음장 같은 집에서 두 아들을 위해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멀쩡히 군 제대까지 한 둘째 아들이 갑작스레 아프게 되고, 아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구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젊은 시절 가난 때문에 아들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이집 저집 전전하게 한 죗값을 스스로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들은 어머니를 만나러 한 달에 한 번 겨우 찾아왔다. 그것도 순옥씨가 돈을 모았다고 연락하면, 그때야 만나러 온다고. 그렇게라도 자식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순옥씨는 소원이 있다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손녀가 대학 갈 때까지 사는 것이라고 눈물겨운 모정을 드러냈다.
도대체 자식들은 왜 그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순옥씨는 추운 겨울 냉골에서 지내며 방치됐던 건강을 회복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순옥씨의 사연은 26일 밤 9시 30분 방송되는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공개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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