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박두식 등 연기 고수들도 합류
27년차 박신양 ‘호랑이 선생님’ 변신
7명의 제자들과 울고웃는 성장드라마
한가인, 이연희, 박재정, 강민경, 장수원…. 이들의 공통점은? 한때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는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연기를 발로 하느냐”는 의미의 ‘발연기’를 펼친다고 비판했다. ‘발연기’로 낙인 찍힌 배우들은 이후 각종 유행어와 패러디의 주인공이 돼 인터넷상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다. 시청자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실제 자신이 드라마 속 인물이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해당 배역에 빠져든 시청자는 실제로 자신이 비슷한 삶을 경험한 것 같다는 대리만족을 얻으면서 일상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연기’와 ‘발연기’ 사이”
‘발연기’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배우의 연기가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진지한 상황인데 배우의 연기가 어색해 웃음이 터지거나 포복절도할 만큼 재밌는 상황에서 제대로 웃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2008년 KBS 1TV 일일연속극 ‘너는 내운명’에서 남자 주인공 강호세역으로 출연한 박재정은 ‘발연기’ 논란의 원조격이다. 그는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말투로 ‘발호세’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2013년 KBS 2TV에서 방영한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배우 장수원 역시 ‘발연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다급한 극중 상황에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는 대사를 전혀 ‘걱정스럽지 않은’ 어투로 소화해 ‘로봇’ 같다는 질타를 받았다.
◆“배우(俳優)니까 배우세요”
이런 ‘발연기’ 대가들을 위한 새로운 형식의 리얼리티쇼가 방송된다. 발연기로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 시청자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tvN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이다. 이 프로그램은 박신양을 스승으로 삼은 연기자들이 ‘단기 속성 액팅 클래스’에 들어가 혹독한 연기훈련을 통해 진짜 배우로 거듭난다는 콘셉트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다.
연기 제자로는 이원종, 장수원, 유병재, 남태현, 이진호, 박두식, 심희섭 등 7명이 출연한다. 개그맨, 가수, 방송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과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함께 연기교육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원종은 연극, 영화 등 10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이지만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직접 제작진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 등에 출연한 심희섭은 반듯한 외모 덕에 교사, 검사 등 배역만 연기했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코믹 연기를 주로 펼친 개그맨 이진호도 정극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한 출연자는 “배우학교는 ‘1박2일’, ’진짜사나이’ 등을 모두 섞은 현존하는 한국 프로그램 중 가장 혹독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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