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환경부에 따르면 PHMG는 공업용 항균제로 카펫 등의 항균세탁용으로 국내에서 처음 신고됐다. 환경부는 SK케미칼의 허가 신청 이듬해인 1997년 3월 ‘유독물에 해당 안 됨’이라며 허가를 내줬다. 이 물질이 처음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쓰이지는 않았다. 옥시는 1996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했는데, 이때만 해도 독일에서 ‘프리벤톨-R80’이라는 화학물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었다. 독일의 화학교수가 흡입독성 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실험했지만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프리벤톨을 쓰면 사용 시 흰색 가루의 이물질이 남는다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나오면서 SK케미칼이 생산한 PHMG로 원료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흡입독성 시험은 생략됐다.
관련 자료를 보면 SK케미칼은 원료 도매업체 CDI에 PHMG를 판매했고, 이 업체는 옥시의 OEM(주문자위탁생산)업체인 한빛화학에 이를 재판매했다. 그러나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칼의 호주법인인 SK글로벌이 2003년 호주에 판매를 위해 신청한 서류에 이미 “PHMG 성분은 눈과 같은 점막을 자극하고 물에 녹은 상태에서 독성이 지속돼 유해성이 우려되니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피해자들이 SK케미칼은 PHMG의 흡입독성에 대해 알면서도 이 원료가 국내에서 10년간 가습기살균제로 판매되는 상황을 방관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옥시는 PHMG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바꾼 이후 소비자들이 호흡곤란 등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알려지기 전까지 약 453만개를 판매했다. 현재 정부가 공식 인정한 폐 손상 피해자 221명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문제의 핵심 원료를 국내에서 만들고 판매한 SK케미칼은 아직 피해자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자 2012년 9월에야 PHMG를 유독성 물질로 지정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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