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사이에도 이럴진대 인식의 범위를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로 확대하면 갈등의 양상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는 가치관과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속된 경기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일자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으로, 향후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한 진짜 내 부모, 내 자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엔 애뜻한 모습을 보이지만 '부모세대'와 '자식세대'는 첨예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86.4%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세대갈등 문제가 조속하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이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고 밝혀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세대갈등이 주로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 부모세대는 생활습관과 소비태도를 꼽았고, 자녀세대는 사회문제 인식과 결혼 및 출산 문제라고 바라봤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전반적인 인식 차이를 살펴보는 조사(자녀세대는 20~40대, 부모세대는 50~60대 및 40대 유자녀 기혼자로 간주)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한국사회의 세대갈등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실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간의 뚜렷한 인식 및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세대갈등 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일(80.9%)이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세대갈등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86.4%)는데 대부분이 공감한 것이다.
특히 세대갈등이 해결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자녀세대(84.4%)와 부모세대(88%)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에 관계 없이 지금 대한민국이 극심한 사회갈등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가 상식적으로 운영이 되는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전체 92.3%가 우리사회는 보다 다양한 가치나 목표가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가치가 조화롭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의견 역시 자녀세대(90.8%)와 부모세대(93.5%) 모두 동의했다.
다행히 10명 중 7명(72.1%)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다만 부모세대(76.6%)에 비해 자녀세대(66.2%)는 한국사회가 향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상대적으로 덜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모세대·자녀세대 모두 상대방이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만 주장한다고 느껴
그러나 세대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으나, 막상 각 세대에 대한 긍정 및 부정 평가를 해보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모두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서로가 충분히 존경(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부모세대는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한 세대라는 의견에는 자녀세대의 72.5%가, 자녀세대는 충분히 존중해줄 만한 세대라는 의견에는 부모세대의 71.7%가 공감한 것이다.
한 노인이 서울 종로구 노인복지회관 옆 '효' 우체통을 향해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수거해 대신 편지를 보내주는 우체통이다. |
부모세대 2명 중 1명(50.1%)은 요즘 자녀세대가 다른 세대들의 생각을 경청할 마음이 없다고도 느끼고 있었다. 부모세대를 바라보는 자녀세대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녀세대 10명 중 7명(67.3%)이 부모님 세대는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동의했으며, 너무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57%에 달한 것이다.
다만 부모세대가 다른 세대들의 생각을 경청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는 자녀들의 인식(37.5%)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대체적으로 양쪽 모두 상대방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운다는 생각을 서로에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부모세대의 9.9%만이 "자녀세대는 우리보다 배려심 많다" vs "부모세대가 우리보다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자녀세대 44.7%뿐
물론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상대 세대를 높게 평가하는 지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실례로 자녀세대는 부모세대의 ‘배려심’을, 부모세대는 자녀세대의 ‘총명함’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자녀세대의 경우 절반 이상이 부모님 세대가 본받을 점이 많고(63.2%), 우리 세대보다 배려심이 많다(50.3%)는데 동의했다. 부모세대에게서 자녀세대는 본받을 점이 많고(38.8%), 배려심이 많다(9.9%)는 생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는 상당히 큰 인식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부모세대는 대체로 자녀세대가 자신들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우며(58.1%), 아는 것도 많다(71.2%)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 자녀세대의 지적 수준에 대해서만큼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자녀세대는 부모님 세대가 자신들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고(44.7%), 아는 것이 많다(35.7%)는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녀세대보다는 부모세대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세대를 사회의 어른으로써 신뢰할 수 있다는 자녀세대(48.2%)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자녀세대를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신뢰할 수 있다는 부모세대는 66.5%에 달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모세대가 좀 더 넓은 포용력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다시 태어나도 내 부모님의 자녀, 내 자녀의 부모로 태어나고 싶다"는 의견 많아
하지만 각 세대에 대한 태도와 실제 자신의 부모와 자식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부모와 자식 모두 서로에게 상당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었으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녀세대의 86.8%, 부모세대의 85.8%가 각각 부모님과 자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데 공감할 만큼 서로가 서로를 매우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부모님이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해준다는 자녀세대(76%)와 자식이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준다는 부모세대(71.7%) 모두 상당한 수준이었다.
어버이날을 앞둔 4일 시민들이 서울의 한 재래시장 꽃상가를 찾아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
앞서 세대별 평가와는 달리 부모와 자식이 자신의 생각만을 옳다고 생각한다는 인식도 그리 크지 않았다. 10명 중 4명 정도만 부모와 자식이 항상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사회적 평가와 개인적 평가에 간극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자녀세대에 비해 부모세대, 현재 자식과의 대화·소통 수준 더 긍정적으로 평가
자녀세대에 비해 부모세대는 현재 자식과의 대화 및 소통 수준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세대의 경우 10명 중 6~7명이 자녀와 대화를 자주 하고(64.6%), 대화가 잘 통한다(66.2%)고 느끼고 있었다. 자녀에게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라는 의견도 68.5%에 이르렀다.
그에 비해 자녀세대의 경우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하고(54%), 대화가 잘 통하는 편(57.2%)이라는 평가가 부모세대와 비교했을 때 적은 수준이었다. 부모님에게 자주 연락을 한다는 자녀세대도 2명 중 1명(51%)에 그쳐, 자녀보다는 부모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서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자식과 부모 모두 마찬가지였으나, 상대적으로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 비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는 생각을 보다 많이 하고 있었다. 또한 부모님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자녀세대(50.2%)보다는 자녀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부모세대(56.3%)가 많다는 점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세대 68% "다른 집처럼 효도 못하는 것 같아 죄송"…부모세대 55.2% "다른 집처럼 못해줘서 미안해"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미안함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자녀세대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많이 내비치고 있었다. 자녀세대 10명 중 7명(68%)이 다른 집 자식처럼 부모님께 효도를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자신이 자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는 의견은 28.8%에 불과했다.
다만 이런 미안한 마음과는 달리 자녀세대의 절반 이상(54.2%)은 자신이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라고는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부모의 사랑과 신뢰를 충분히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인규(오른쪽)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해 어버이날 한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삼계탕을 나눠줘 호평을 받았다. 하이트진로 제공 |
하지만 자신이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부모라는 평가는 부모세대의 43.7%만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미안함이 더욱 앞선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부모보다는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통적이었다. 우리 부모님처럼 살고 싶다는 자녀세대(32.5%)와 자식이 나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모세대(26.4%) 모두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녀세대 75.2%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면"…부모세대 56.1%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 없는 게 미안해"
경제적 여건에 대한 아쉬움은 부모나 자식 모두 마찬가지였다. 자녀세대의 인식을 먼저 살펴보면, 75.2%가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절반 이상(52.3%)이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자녀세대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이런 아쉬움과는 별개로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자녀세대 대부분(87.2%)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식들을 위해 번 돈을 모두 썼으니, 물려줄 재산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의견도 73.7%에 달할 만큼 부모의 경제적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부모세대는 더 많이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강했다. 부모세대의 66.4%가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키웠더라면, 자녀의 인생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데 동의했으며, 자녀에게 물려줄만한 재산이 없는 것이 미안하다는 부모가 56.1%에 달했다. 유산을 자녀가 물려받는 것을 비교적 당연하게(62.1%) 받아들이면서도, 자녀의 결혼까지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 상당수 부모의 마음 아픈 현실이기도 했다.
◆세대 갈등, 주로 발생하는 분야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는 세대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다른 것으로도 나타났다. 자녀세대는 사회적, 정치적인 측면에서 부모세대와의 갈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모세대는 생활방식에서 자녀세대와의 갈등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세대의 경우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을 가장 뚜렷하게 느끼는 분야로 생활습관 및 식습관(50.8%·중복응답)과 소비태도(47.8%)의 차이를 꼽았다. 자식들의 생활패턴과 소비활동을 보면서 자신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차이(35%)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생각차이(31%)가 꼽혔다.
반면 자녀세대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차이(44%·중복응답)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생각차이(40%)와 함께 정치적 견해 차이(36%)를 세대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부모세대가 갈등 배경으로 많이 꼽는 소비태도(32.3%)와 생활습관 및 식습관(31%)의 차이에서 세대갈등을 느낀다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한국사회의 세대갈등 문제의 책임 주체로는 부모세대(33.8%)를 가장 많이 꼽았으나, 국가(31.2%)와 자녀세대(27.5%)에게도 책임의 비중이 크다는 의견 역시 많이 나왔다.
결국 당사자인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동시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 입안 및 실행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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