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폭격기는 방공망에 사전 탐지될 수 있다. 적에게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단점이 있다. 반면 무력시위 효과는 크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역에 출동해 장거리 비행을 실시함으로써 적으로 하여금 섣불리 군사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수천 기의 ICBM을 보유하면서도 여전히 전략폭격기를 유지하는 이유다. 미·러가 수시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주변에 투입하는 것도 무력시위 효과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 연합뉴스 |
전쟁 말기 미국이 개발한 B-29 폭격기는 최대 항속거리가 9000㎞에 달했다. 태평양상의 사이판, 괌에서 일본 본토를 폭격할 수 있게 됐다. 1945년 8월 미국은 B-29에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로 핵폭탄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제트폭격기 시대로 접어든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거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괌에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군 전략자산 중 일부인 B-52, B-1 전략폭격기도 이때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1955년부터 10여년 동안 744대가 생산된 B-52 폭격기는 60여년 동안 운용돼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대를 이어 타는 폭격기로 유명하다. 27t의 폭탄을 싣고 6400㎞를 날아 공습을 하고 기지로 복귀할 수 있다.
美공군 B-52 폭격기. |
구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폭격기의 활약상을 보고 미국에 폭격기 제공을 요청했다.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1944년 미국의 B-29 폭격기 3대가 영토에 불시착하자 이를 복제해 1946년 Tu-4 폭격기를 만들었다.
러시아의 Tu-95MS 폭격기. 위키피디아 제공 |
Tu-95MS는 동해상에 우리 군이 설정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여러 차례 침범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23일 Tu-95MS 2대가 KADIZ를 침범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아 러시아 군용기가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특히 러시아 폭격기들은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시점을 전후로 Tu-95MS를 띄워 무력시위를 하거나 정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미·러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로 일제히 출동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모습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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