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인 9일(현지시간) 바티칸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이 지원,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은 조선시대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배경으로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조명하는 행사다. 오는 11월 17일까지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집대성한 천주교 유물 187점이 전시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개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염수정 추기경(〃두 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개막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개막식이 열린 9일은 1831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조선에 교구장(교구의 대표자)을 세우라고 선언한 ‘조선대목구’ 설정 소칙서를 반포한 날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개막 미사를 집전하면서 전시회 시작을 알렸으며,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교황청 관계자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17세기에 자생적으로 태어난 한국 천주교회는 노동운동부터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서 왔다”며 “특별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역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 천주교를 이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된 유물은 자생적으로 출발해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등 사회참여에 앞장선 한국 천주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서적과 그림 등이다. 김대건 신부가 천주교 박해 장면을 생생하게 기록해 파리 외방전교회에 보낸 친필 서한과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집행 전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붓글씨로 표현한 ‘경천(敬天)’ 유묵, ‘병오박해’를 목격한 증언자들이 순교자 16인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담긴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다.
1811년 조선의 신자들이 비오 7세 교황에게 성직자 파견을 요청한 ‘신미년 서한’과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종이 저술한 최초의 한글 대중 교리서 ‘주교요지’ 등 자생적으로 발전한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도 전시된다.
염 추기경은 “이번 특별전은 자생적으로 탄생해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견뎌내고 근현대사 변혁기에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한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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