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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제조업-상] '대한민국=제조강국' 이제 옛말

입력 : 2017-09-16 13:00:00 수정 : 2017-09-13 18: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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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추락했던 제조업 생산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침체는 수년간 장기화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한국 경제의 주력으로 꼽혔던 산업들은 중국의 부상, 공급 과잉 등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전망도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반도체를 이을 차기 주력산업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산업 중에서도 변동성이 심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만약 반도체 경기마저 악화할 경우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은 이미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반도체 성과에 가려져 있다며 수출 위주의 제조업 기반 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위주 제조업 기반 업체 어려움 봉착

지금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IT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최근 반도체 호경기가 오는 2019년경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그간 반도체 호황에 가려 보이지 않던 우리 경제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실제 한국 경제는 1995년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 125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면서 초호황을 누렸다. 주요 대기업들의 수출 증가 덕분이었다.

그러던 중 1996년 반도체 불황의 파고가 몰려오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환율이 치솟자, 빚에 짓눌린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며 대한민국 경제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의존도가 높을 때 더 신중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경제 다른 분야의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경기마저 꺾일 경우 우리경제 다시 수렁 속으로

제조업이 예전과 비교해 부진을 벗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 자체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014년(3.3%) 한해만 제외하고 모두 2%대에 머물렀다.

새 정부가 임기 내 '3% 성장능력 유지'를 정책 목표로 내건 것도 이같은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새 정부 들어와서 전반적인 여건이 더 악화했다. 기획재정부의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3%대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경쟁제한적 제도 혁신과 혁신 중소기업 육성 2가지를 꼽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중소기업과 벤처를 중심으로 3%대 성장을 일궈내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제조업에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조업의 연구개발(R&D) 분야가 인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중심이었던 굴뚝 산업이 도태되고 있는데다, 기업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이공계 홀대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력들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만 놓고 봐도 대표이사는 물론 전무나 상무 등 고위 임원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엔지니어 출신은 거의 없다보니 엔지니어들 입장에서 비전을 찾기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 잇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한 점도 제조업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석유화학은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에 이은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이 선점한 제조업 시장을 상당 부분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점도 한국 제조업의 쇠퇴를 촉진한 요인이다.

한국 제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상당수 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은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를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제조강국' 건설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제조업 위기가 당장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미래는 더 암울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현재 진행중인 제조업 불황은 오랜 기간 지속한 산업 생태계 문제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 위기는 글로벌 생산 과잉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냉정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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