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성폭행한 ‘파렴치’ 버스 운전기사들…항소 기각

같은 여성 승객 돌아가며 성폭행…피해자 입원 병원까지 찾아가기도

“밥 사줄게, 만나자. 만나주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소문낸다.”

2008년 A(60)씨는 지적 장애 3급 B(여)씨에게 이같이 말하며 협박했다. 당시 B씨는 고등학생이었다. A씨는 B씨가 통학할 때 타는 시내버스를 모는 운전기사였다.

A씨는 결국 B씨와 밥을 먹고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B씨를 차에 강제로 태워 성폭행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같은 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에 탄 B씨를 3차례 추행했다. B씨가 몸을 피하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B씨를 집요하게 쫓아갔다.

A씨의 직장 동료 C(59)씨도 이와 같은 수법으로 승객이던 B씨를 3차례 성폭행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0년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B씨의 휴대전화로 “기다리고 있으니 끝나면 나와라. 나오지 않으면 소문을 내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번호는 다른 기사에게 물어 알아냈다. B씨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C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나 집으로 향하던 B씨를 차에 강제로 태워 범행을 저질렀다. 팔을 다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B씨의 병실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A씨, C씨와 같은 버스 회사 소속이던 D(61)씨도 범행에 가담했다. 그의 수법도 두 사람과 똑같았다. 2012년 “만나주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소문내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A씨와 C씨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D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에 처해졌다. 모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반성하기는커녕 일제히 혐의를 부인하고 “당시 B씨가 정신 장애 상태가 아니었고 설사 그렇다 해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함상훈)는 16일 B씨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옳다면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상심리 분석가가 B씨 지능지수(IQ)를 54로 평가했고 B씨가 특수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다녔다고 정신 장애가 없거나 경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