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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 대통령 대북 정책, 프란치스코 교황 접근법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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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3 13:23:02 수정 : 2017-09-23 13: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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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법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가 22일(현지 시간) 평가했다. 이 전문지는 빅터 가에탄(Victor Gaetan)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 선임 기자가 쓴 ‘문재인의 가톨릭 신앙이 그의 외교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가에탄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트위터를 통해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선호하는 것은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인 결정을 평가하면서 종교적인 정체성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는 것이 늘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한 뒤 4년 동안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데 옳고 그른 길을 명확하게 따져 왔고, ‘대면 외교’(diplomacy of encounter)를 중시해왔다.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공동의 선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상대방과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중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면 외교 영향을 어느 가톨릭 신자라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이 기자가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정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면 외교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정한 만남을 가지면 다른 시각을 가진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서로 보복을 피하면서 합의를 이루는 영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성당을 나서고 있다. 사진=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가톨릭 신학자가 정립한 ‘저스트 피스’(just peace)라는 개념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고,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CNN과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핵무기가 배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이런 가톨릭의 정신적 토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가에탄 기자가 주장했다.

그는 “미국 언론이 종종 문 대통령을 진보 또는 좌 편향이라고 규정하지만, 미국의 정치 용어로 문 대통령을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운동가이고,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하는 등 사회 문제에서는 보수주의자여서 그를 이해하려면 가톨릭의 신앙을 통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를 통해 대화를 통한 북한과의 화해를 가장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내세웠고,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대주교를 이례적으로 두 번씩 접견했다. 가에탄 기자는 문 대통령과 교황청 간의 동맹 관계는 단순한 상징성을 뛰어넘는 것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교황청은 중국의 고위층과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미국과는 독립적인 정보와 분석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이 기자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어머니가 직접 선물한 문 대통령의 묵주 반지. 사진=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그는 “문 대통령이 교황과 손을 잡음으로써 한반도의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 화법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자살하려는 미치광이’로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경 말씀에 따라 자신의 죄를 먼저 되돌아보라고 서양 세계에 충고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핵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보유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가에탄 기자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도발에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지 않겠다고 대응한 것은 원칙과 신념에 따른 입장인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관점이 미국에서 복잡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가톨릭 교회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군사력 증강 반대, 대북 경제 제재 반대, 북한과 다양한 대화 채널 가동 등 세 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이 기자가 강조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한 평화 통일을 지지하고 있고, 문 대통령도 지지하는 이러한 기독교적인 비전은 끝없는 적대와 핵무기 아마겟돈이라는 일상의 공포를 상쇄하는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지원해주는 바티칸과 같은 지지 세력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이 기자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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