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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10년 전 꿈꾸던 한국미술 수출, 이제 희망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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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4 21:28:17 수정 : 2017-12-04 2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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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투모로우’展 9년째 연 코리아투모로우 김금희 대표 어느 시인이 ‘꿈은 대출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10년 전 한국미술의 ‘수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대출을 갚아 가는 심정으로 ‘코리아투모로우’전을 9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코리아투모로우 김금희 대표가 눈시울을 붉혔다. 주변에선 모두가 그를 보고 ‘바보’라고 말했다. 승산이 없는 게임이라며 만류도 했다. 하지만 그는 괘념치 않고 꿈을 꿨다. 결과조차도 굳이 성공에 매달지 않았다. 과정에서 의미와 행복을 마주했다. 이제야 우여곡절의 사연들을 벅찬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같이 해준 이들이 고맙다. 그중에서도 400여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작가들을 통해 또 다른 삶의 프레임을 얻게 됐다. 삶이 풍요로워졌고 진정한 행복이 뭔지 이젠 알 것만 같다.

한국미술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시를 9년째 열고 있는 코리아투모오루 김금희 대표. 그는 “미술산업으로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미술을 구입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부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는 심정에서 나이도 20대부터 80대까지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나이, 경력 등 계급장을 떼고 작가 자체를 바라봤지요.”

다소 파격적이었지만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최근엔 장학사업을 하는 한 독지가가 그의 ‘미술사업’을 높게 평가해 선뜻 거금을 쾌척했다.

“이름도 밝히기를 거부하셔서 그저 저는 ‘키다리 아저씨’로 부르고 있어요. 주신 돈은 국내외 미술기관에 배포하는 도록 제작에 보탰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꿈에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생긴다는 점이 기쁘지요.”

코리아투모로우전은 서서히 결실을 가져오고 있다. 하나의 예로 그가 지난여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만난 스위스 제네바 갤러리스트는 한국작가들의 초대전을 요청해왔다. 코리아투모로우전의 경험을 그대로 쏟아부어 성공리에 전시를 마쳤다. 깔끔한 일처리에 흠뻑 반했고 한국미술의 에너지에 두 번 놀랐다는 호평을 들었다.

“예술도 소통을 통해 소비에 이르게 됩니다. 코리아투모로우전이 지향하는 목표지요.”

17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코리아투모로우전의 도록도 전 세계 300개 미술관과 도서관에 배포된다. 이번 전시는 9번째 코리아투모로우전으로 윤범모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기획자로 참여했다. 전시에는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창, 신학철, 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 등 27명 작가가 참여했다.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다.

“한 후배 컬렉터는 한국작가 100명 컬렉션을 시작했어요. 제겐 가장 큰 보람된 일이지요.”

그는 한국미술시장의 왜곡된 구조 등은 이 같은 선도적인 ‘행동‘만이 해결책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미술정책도 리딩그룹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코리아투모로우전 지방순회를 추진했으나 무산됐습니다. 개인이 하는 일이라 정책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인이냐 공공기관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공유적 가치인지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는 정책당국자들에게 특혜 시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당당한 소신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이왕 돈을 들여 마련한 전시를 지방순회한다면 작품운반비 등의 적은 추가부담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문화 향유가 가능해집니다. 문화자원의 효율성 확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매년 3억원 정도를 들여 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미술의 가치소통을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전시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머리를 내밀고 이끄는 그룹을 두더지잡기 놀이게임처럼 망치로 내리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한국미술이 호흡 짧은 시장 위주로 흘러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가치가 뒷받침되는 긴 호흡으로 가야 합니다. 근래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10명의 평론가가 10명의 작가를 논한 비평집을 세계에 배포한 이유죠. 비평은 작가 매니지먼트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그는 이제 미술은 싫든 좋든 미술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강조했다.

“글로벌 화랑과 경매사들의 서울 진출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한국인 큰손들은 구미가 당기기에 충분하지요. 한국미술이 이들의 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해집니다.”

실제로 그는 주변에서 가치가 이미 검증돼 약속어음 같은 고가의 외국작가 작품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을 많이 봤다. 실제로 1조원이 넘는 돈들이 이미 흘러들어갔다는 얘기들도 나돌고 있다.

“사실상 자금 유출이지요. 한국미술의 가치를 가꿔가야 하는 필연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동차 수만대를 팔아도 작품 몇 개를 구매하는 것으로 상쇄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미술은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이라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는 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에게도 ‘아트경영’에 눈을 돌릴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경영지식은 클릭으로 가능한 세상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경영은 미술을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요즘 들어 경영수업을 위해 많은 이들이 아트스쿨에 가는 이유입니다.”

그는 아시아가 부상하는 요즘이 한국미술에는 호기라고 강조했다. 메시지만 보내면 세계가 주목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역동적 한국사회의 다양한 변수의 조합은 한국미술의 강점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흐름에 그대로 맞서고 있는 한국작가들은 이미 충분히 우수합니다. 다만 제대로 가치 평가를 해줄 기회가 적었을 뿐입니다. 한국경제 규모로 봤을 때 한국작가들의 작품값은 저평가 상태입니다. 조만간 10배 이상의 가격상승이 기대됩니다.” 그는 서구인들도 그들의 좌표가 아닌 한국인의 좌표에서 한국작가들의 메시지 발신을 기대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사실 김금희 대표는 미술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국내 여성 1호 트레이더로 20년간 석유 석탄 등 원자재 수출입 업무를 해온 베테랑이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은행에서 일을 하기도 한 그는 1986년 세계적인 원자재 회사인 스위스 글렌코어에 입사해 외국회사 지사장 격인 오피스 매니저 자리까지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느날 트레이딩 업계를 떠나겠다고 하자 업계에서 “대통령도 이민 가냐”는 말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미련없이 떠났다.

“당시 우연히 읽은 스페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책이 나를 움직였습니다. 제가 성공에 취해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서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지요. 트레이딩 분야에서 제가 더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유대인인 글렌코어 사주의 당당한 자세도 일조했다. 미술품으로 둘러싸인 사무실과 자택의 분위기는 문화 그 자체였다. 당당함의 뿌리였던 것이다.

그는 늘 미국 록펠러가의 공유적 가치에도 주목한다.

“몇해 전에 록펠러 5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목수인 그는 부가 아닌 록펠러가의 공적 가치를 향유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도 공유적 가치로 세상을 살고 싶다. 미술일도 그런 맥락에 놓여 있다. 그는 언제나 비전과 가치라는 ‘말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하면 결국은 결실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의 ‘수출’ 말농사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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