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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맹 균열 우려 낳는 문 대통령의 한·미훈련 연기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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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0 22:42:01 수정 : 2017-12-20 2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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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훈련 중지 계획 모른다”
한·미 간 엇박자 발언 삼가고
위기극복 방책부터 마련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으며 미국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키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겠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NBC는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줄이는(curtail) 것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평창올림픽은 오늘로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를 심어주는 지구촌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했는지는 자못 의문스럽다.

당장 미국 측 반응이 부정적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한·미) 훈련은 여러 해 동안 진행해온 것”이라며 “동맹과 오랫동안 해온 정기 군사훈련을 멈추는 어떠한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대북 경고까지 덧붙였다. “북한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우리가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까지 우리는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은 더 강력해질 뿐”이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가 북한 핵무장 위험을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했다. 대북 군사옵션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 보면 문 대통령의 말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될 수 있다. 사전에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민감한 한·미동맹 현안을 섣불리 밝힘으로써 엇박자만 낸 꼴이다. 미국은 북핵 위협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북핵 문제에 외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조율되지 않은 제안을 공개함으로써 가뜩이나 삐거덕거리는 한·미동맹에 균열을 낳을까 우려된다.

중국이 목소리를 높여온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훈련 동시 중단) 요구에 물꼬를 터줄 여지도 있다. 청와대는 어제 “쌍중단과는 관계없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미국으로부터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한반도는 전례없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런 때일수록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강력한 한·미동맹 틀 속에서 위기극복 방책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때 조심스럽지 못한 발언으로 동맹의 신뢰를 금가게 한다면 무엇으로 나라를 지키겠는가. 한·미동맹에 흠집을 내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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