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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한방 먹었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선언을 일축하는 결의안이 찬성 128, 반대 9, 기권 35의 압도적 표차로 유엔총회를 통과했다. 트럼프와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가 표결을 앞두고 달러를 앞세워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이름을 적겠다”고 협박했지만 안 통했다. 한국 일본 유럽 같은 미국의 전통 우방국까지 찬성표를 던지며 미국의 횡포를 꾸짖었다. 국제망신을 당한 미국이 찬성국 명단을 펼쳐놓고 무슨 궁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중국 언론은 “유엔이 트럼프와 헤일리의 뺨을 때렸다”고 통쾌해 했다. 중국이 미국을 손가락질할 처지는 아니다. 매일 뺨을 맞고 있는데도 맷집이 워낙 좋아 아픈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치졸한 힘 자랑에 세계가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남중국해 도발에서도 보듯 완력이면 다 통한다고 믿고 있다.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경솔하고 천박한 벼락부자 행세를 한 대가다.

일본의 돈 자랑도 볼썽사납다. 세계기록유산 제도에 불만을 품고 지급을 미루던 유네스코 분담금을 올해 안에 내기로 했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해 위안부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애써 손바닥으로 가리려다 보니 치부만 두드러진다.

미국은 1980년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북한, 수단, 시리아 등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낙인찍었다. 이 낙인은 부메랑이 됐다. 세계의 지성 놈 촘스키는 ‘불량국가’를 통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고발했다. 중국의 젊은 사회비평가 쉬즈위안은 ‘미성숙한 국가’에서 다음과 같이 중국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우리의 기술과 물질이 이미 21세기에 들어서 있지만 감정과 지력은 정체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전자의 힘을 후자로 전이시킬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1, 2, 3위를 차지한다는 나라들이 서푼어치 힘만 믿고 골목대장 행세를 하고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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