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일자리 대책서도 빠져
美 뉴딜정책처럼 예술인도 배려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 확충해야 1929년에 시작한 미국의 대공항은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불린다. 뉴욕 증시가 붕괴해 촉발한 대공황은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를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자본주의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해 불과 3년 만에 시가총액 80%가 사라졌다. 기업과 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은행은 파산했다. 1932년에는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미국 제32대 대통령에 취임한 F D 루스벨트는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의 조언에 따라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을 골자로 하는 뉴딜정책을 펴며 경제 회생의 물꼬를 텄다. 뉴딜정책의 핵심은 대규모 공공취로사업을 통해 수많은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일자리가 생기면 구매력이 살아나고 공장들은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리고 경기가 활기를 되찾으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류영현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특히 정부가 예술가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사회공동체의 자산으로 남겼다. 이때 미술작가들은 1400여개의 공공미술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3750명의 작가들이 신축 공공건물 장식에 들어갈 1만5600점의 벽화와 조각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극단체에 속한 1만2700명의 연기자들은 연극 프로젝트에 참가해 전국 순회공연을 떠났다. 연주자들은 공교육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연과 예술 교육에 참여했다. 정부는 생계를 위협받던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잡아 22만5000여개의 공공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연극·영화 사업에만 4만명이 넘는 연기자들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겼다. 미국의 많은 공공예술 작품은 1930년대 예술뉴딜정책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예술가들이 지금과 같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이때의 예술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에서 예술뉴딜정책으로 예술인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고, 예술융성을 이룬 지 9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의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의 월평균 소득은 183만4000원이고, 중간값은 120만원이다. 2015년 조사에서는 평균소득이 185만3000원으로 2년간 큰 변동이 없었고, 중간값은 15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개인수입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4%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월소득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답한 비율도 34.8%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100만원 미만 응답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8.8%포인트 증가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수준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진다는 데 있다.
최근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현금 지원과 세제·금융 혜택 등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의 상여금을 줘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20만개 안팎의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이를 놓고 퍼주기식 선심 정책이라거나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기자는 이 사실보다 청년일자리 대책에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이 빠져있다는 게 몹시 아쉽다. 한국판 예술뉴딜정책 같은 대책은 애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일은 하면서도 변변한 소득조차 없는 청년문화예술인들에게 4대보험 가입이나 생계비 등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이 확충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들에게 예술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청년일자리 대책’ 같은 온기어린 정책이 절실하다.
류영현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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