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심판관리관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공정위 직원들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검찰 고발을 면해주고, 이를 대가로 퇴직 후 대기업에 재취업했는지에 대한 조사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고발권을 독점해왔다.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공정위가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해온 전속고발권이다. 공정위의 독주를 제어하는 차원에서 2014년부터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에 고발 요청권이 부여됐지만 검찰은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고발 등을 이유로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일 정부세종청사 내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세종=뉴시스 |
공정위와 검찰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도 전속고발권 존폐 문제로 충돌했다. 이번 공정위 압수수색을 담당한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공정거래 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공정위가 조사하는 사건이 캐비닛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모른다”며 “밖에서는 어떤 사건이 공소시효가 도과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정위는 검찰 수사에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정위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 일부를 경찰에 빼앗긴 검찰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가져가기 위해 기획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미묘한 시점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취임 2년 차를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정책은 타격을 입게 됐다. 김 위원장이 출범시킨 기업집단국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재벌개혁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도 “지난 1년간 기업집단국이 했던 일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과거 해당 일을 맡았던 부서의 자료가 이관됐기 때문에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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