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국내 상당수 몰카 범죄는 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도촬한 사진"이라며 "불법 촬영 범죄 피해자 98.4%는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영상과 사진만 몰카가 아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리벤지포르도도 전부 몰카"라며 "찍는 사람도, 올린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한통속이다. 지금까지 쉬쉬했던 더러운 문화 깨부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씨는 "왜 극소수 남성들이 저지른 일을 아무 연관 없는 선량한 남성들이 한 것처럼 극단적인 여론몰이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신 아버지도, 남동생도 남성이다. 마치 모든 남성들이 몰카를 찍고 유포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고방식부터 뜯어 고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씨는 "몰카 범죄자 검거율 90% 수준이니 안심하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몰카 찍고도 안 들킨 이들이 더 많다. 상당수 여성들은 자신이 찍힌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고 하소연했다.
F씨는 "건설적이고 공정한 페미니즘 운동을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게 문제"라며 "몰카 자체를 옹호하는 남성은 없다. 몰카 문제를 성대결 구도로 이끌어가는 게 더 큰 문제이자 적폐"라고 지적했다.
G씨는 "워마드에 올라온 남성 화장실 몰카 게시글을 보고 이제 남성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별을 떠나 일부 도를 넘은 이들 때문에 남녀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경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5185건, 지난해에는 6470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몰카 범죄의 경우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몰카 촬영에는 주로 초소형카메라나 위장카메라 등 영상촬영기기나 휴대전화 등이 사용되고 있다. 작은 사이즈는 가로·세로 각각 0.95㎝짜리 몰카 장비도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안경, 시계, 신발, 볼펜 등 생활용품에 부착된 초소형카메라는 원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몰카 영상은 대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연인과 성관계 시 상대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큰 이유다.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영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 후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가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촬영물이 100% 삭제되지는 않고 있다.
◆몰카 범죄, 피해 여성에겐 '인격살인'
단 한 번이라도 유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여성으로써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 언제 또다시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보고 인터넷 상에서 퍼나르고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일상생활조차 파괴한다. 몰카 범죄가 피해 여성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인격살인'으로 불리는 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자 여성들도 목소리를 냈다. 최근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등의 제목으로 몰카를 규탄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 앞에서 몇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고 포토라인까지 선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며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몰카 문제 성대결 구도로 몰고가는 건 지양해야"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몰카 범죄는 혐의가 인정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나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불법촬영 범죄로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징역형 같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8.7%(457명)에 그쳤다.
55.1%(2911명)는 벌금형 같은 재산형, 8.7%(457명)는 집행유예, 5.5%(290명)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그러자 정부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몰카 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특별재원 50억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하는 한편, 범죄우려가 높은 지역의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하고 민간건물의 화장실까지도 점검을 확대키로 했다.
초·중·고에서는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별로 탐지장비를 보급하고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불법촬영과 유포와 같은 범죄행위를 신속하게 수사해 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범죄자를 단호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워마드 '화장실 몰카' 게시물 논란…한양대, 고려대 이어 이번엔 서울대?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서울대 몰카'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학내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워마드에는 지난달 29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에도 '학교본부 몰카', '인문대 몰카'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러한 몰카 관련 글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조회 수는 3000건을 넘어섰다. 게시된 글이 실제 몰카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학본부는 워마드에 몰카 관련 글이 올라온 직후 총학생회와 논의해 화장실 전수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본부는 지난 8일 관할 경찰서와 구청에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인문대, 자연대 화장실 등에서 몰카를 탐지했다. 탐지 결과 발견된 몰카는 없었다.
본부는 다음달 7일까지는 서울대 학내 화장실 전체 1700개를 대상으로 몰카 탐지를 할 예정이다. 학교와 계약한 경비업체에 수시로 화장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앞서 워마드에는 지난 5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몰카'와 '고려대 캠퍼스 몰카'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는 경찰에 해당 사건을 문의하고, 캠퍼스 내 화장실 몰카 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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