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
이제 송년의 12월을 맞아 정부는 대북정책의 성과와 함께 부작용도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2019년에는 북핵 폐기와 남북관계에 더욱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이다. 정부 내에 ‘악마의 대변인’을 지정해 현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해보고, 보수층의 우려도 열린 마음으로 수렴해야 한다. 잘하는 것은 계승하지만 위험한 것에는 신중을 기함으로써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남북문제에서 숨을 고르고, 발판을 다짐으로써 새해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지원→남북관계 개선→비핵화 달성→평화정착→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수단·목적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정부는 ‘북한지원=남북관계 개선=비핵화 달성=평화정착=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인식 하에 수단에 불과한 북한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몰두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적극적 지원만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만으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는다. 북한 지원과 함께 압박이 병행돼야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적 공조가 결합돼야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철저한 대북 억제 및 방어태세가 보장돼야 평화정착이 가능해지고, 평화정착 이외에 다양한 요소가 충족돼야 자유민주 통일이 가까워진다. 북한지원,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달성, 평화정착을 위해 아무리 긴요한 사항이라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태롭게 할 경우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남북관계를 가속화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안보 걱정 없이 삶의 질 향상에만 진력하는데, G20( 주요 20개국)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상당수 국민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해 잠을 못 이루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북정책은 곤란하다. 노동당 강령을 보거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의 무력통일 의도를 무시할 수는 없고, 당연히 이에 대비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대비로 인해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느낄 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보수층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해버리지 말고, 6·25와 같은 기습공격의 재발이나 핵무기 공격 위협의 가능성 등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2018년에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국민의 자존심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의 갑작스러운 회담 호응과 취소, 무례한 언사, 일방적 요구도 인내로 수용했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간청하고, 북한은 수용해주는 불편한 형식도 감내했다. 2019년부터는 그러지 말자. 북한에 국제적 관례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북한의 비신사적인 행위는 지적하며, 시한을 정해 제안한 후 능동적으로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주자. 남북한 간 국력의 차이를 강조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대등하게는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이 당당한 태도를 가질 때 북한도 한국을 존중할 것이고,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다. 2019년에는 자존심 있는 대북정책을 구현해 나가자.
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