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일선 학교를 덮치고 있다. 초등학교 교원 10명 중 9명 이상이 미세먼지로 인해 학교 수업에 심각한 지장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로 인한 휴업, 단축수업 등을 경험한 교원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20일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1∼18일 초등교원 14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가 학생·교직원 건강, 수업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교원은 90.6%(1282명)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매우 심각’이 55.7%(788명), ‘심각’이 34.9%(494명)이다. 심각하지 않다고 응답한 교원은 23명(1.6%)에 불과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초등교원의 86.1%(1217명)가 미세먼지 영향으로 체험활동이나 학교행사가 취소되고 실내 활동으로 대체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다수인 96.8%(1369명)는 미세먼지로 체육수업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로 휴교령이 내려지거나 단축수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간 수업시수를 채워야해서다. 응답자의 92.6%가 미세먼지로 인한 휴업, 단축수업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 이달 초 역대 처음으로 엿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때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 6일 기준 휴업한 학교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었다.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 시·도지사 또는 시·도교육감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권고할 수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본 셈이다.
초등교원들은 이번 조사에서 “국가 차원의 공기 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원들은 ‘가장 효과적인 학교 미세먼지 대책’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미세먼지는 자연재해 급인데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강당, 체육관 등 실내 체육 활동 및 놀이 공간 확보” 등이 꼽혔다.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는 미세먼지 대책은 △교실 밖 활동 자제(92%) △공기청정기 가동(71.9%) △마스크 착용(71.6%) 순으로 많았다.
교총은 “미세먼지로 인한 수업 지장이 심각하고, 학교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교원들의 답변이 많았다”며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적으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자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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