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2014년쯤 불교 문화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법사위 소관 기관이다.
26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과 명진 스님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감사원이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를 한 직후인 2014년 3월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만나 “감사원 문화재 감사가 불교 문화재와 문화재 보유 사찰에 대한 구분 없이 지나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민원이 법사위에 많이 접수됐다”며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불교계를 분리해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어 “감사원 측에서도 그 부분(불교·사찰)을 잘 구별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자승 스님은 박 후보자에게 “그러한 표현들이 많이 반영돼서 잘 정리된 거로 알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 후보자가 감사원에 불교사찰보다는 문화재에 초점을 두고 감사를 해야 한다는 불교계 민원을 전달했고, 감사원 측에서 그 부분을 잘 처리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와 자승 스님의 이 같은 대화는 불교 관련 방송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가 자승 스님을 만나기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만나 같은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명진 스님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자가 감사원장한테 전화해서 불교계 감사를 막았다고 자랑했다”며 “자승 스님이 자신한테 친필로 고맙다는 서한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문화재청과 함께 9개 시·도 문화재의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를 감사했다. 당시 불교계는 감사원 감사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사찰들을 수리·복원하는 과정에서 불교계가 수리업자들에게서 리베이트를 받거나 부실하게 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될까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4년 11월 문화재 복원업자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경주지역 사찰 관계자 6명이 검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감사원에서 ‘문화재 보수 감사는 감사원의 감사 계획에 따라 실시됐고 불교계 민원은 전달되지 않았다’는 해명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정유섭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함은 물론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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