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벌어진 이른바 ‘여경 동영상 논란’에 대한 경찰의 해명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20년까지 여경의 비율을 현재 10%대에서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하며 여경의 역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내근 선호하는 여경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계 여경. 아니 동양권 여경과 비교해 볼 때도 한국 여경 체력 검사만 크게 부실하다”며 여경 채용과정의 체력검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여경은 팔굽혀펴기 과락이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방식으로 10회”라며“같은 동양권인 일본의 후쿠오카 여경은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15회 이상을 해야 합격이 된다. 싱가포르 여경의 경우 연령대별로 합격기준이 다르지만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22세는 15회 이상, 22~24세는 14회 이상, 25~27세는 13회 이상을 해야만 합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채용과정에서 부실한 체력 검정이 여경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는 것이다.
여경이 현장보다 내근을 선호하는 현상도 입방아에 올랐다. 야근이나 당직이 많은 형사·강력·정보·경비 등 상대적으로 격무 부서로 분류되는 곳에서 일하는 여경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여경 1만2904명 중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자가 433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생활안전 2584명, 수사 2354명, 경무(홍보) 916명, 교통 893명 등 순이다. 여경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20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 내부 조직에서 (여경이) 내근직을 선호하거나 현장에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현실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경의 진압 능력이 재조명받고 있는데 여경의 체력과 진압 능력에 대해 분명 경찰에서도 다시 한번 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여경 채용 비율은 10%로 동결하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직업 체력테스트를 동일하게 해달라”, “여경 비율을 늘리지 말라” 등의 게시 글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 현대 경찰엔 ‘신체적 강인함’보다 ‘소통’이 중요
하지만 여경에겐 신체적 강인함보다 소통, 공감 등 현대 경찰에 맞는 역량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 경찰업무는 과거 현장에서 이뤄지던 법집행 활동보다 봉사와 관련된 업무 비중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경찰대 교수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경찰 업무 중에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가장 많은 나라나 지역도 30% 미만”이라며“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사실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표 의원은 “더군다나 현장 출동했을 때 미국의 연구를 보면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과 어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그런 보고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찰모집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다양성에 대한 존중, 팀워킹, 효과적인 의사소통, 문제해결, 책임성 및 복원력 등이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영국 여경의 체력검정의 경우도 대부분 남성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치안 과제인 성범죄, 스토커,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단속, 피해자 관리 등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여경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전담 수사영역을 통해 여성의 인권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여경 인력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처럼 기본적으로는 역량을 갖췄으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경찰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선진국은 20% 이상이 여경”이라고 강조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대 및 경찰간부후보생 여성 지원자의 팔굽혀펴기 자세를 정자세로 하는 등 체력기준을 전반적으로 상향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순경 공채 체력검사에도 개선한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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