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게임중독이 성립하려면 지속성, 빈도, 통제 가능성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WHO는 다른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하고, 일상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게임을 계속하는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WHO는 게임 중독에 정식으로 질병코드를 부여해 병으로 정의하기로 했으며, 총회 폐막일인 오는 28일 최종 발표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194개 회원국에 적용될 예정이다.
WHO는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중독의 질병 등록을 추진해왔다.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지만, 질병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도 낼 수 없어 문제로 지적됐다.
홍콩대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인구는 2014년 기준 세계 인구의 6%인 4억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WHO의 결정에 국내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규제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손실 금액이 2025년 최대 5조20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 매출은 연 13∼14조원 규모 수준이다.
또한 이덕주 서울대 교수팀은 WHO의 질병 분류가 적용되면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이 입을 경제적 손실이 11조원 이상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사진)은 27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WHO의 결정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WHO의 결정을 이미 예상했다”는 그는 “게임 중독을 겪은 10대들은 대부분 학업이나 가정 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탈출구로 여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소비되게 하기 위해 중독성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TV, 쇼핑, SNS, 인터넷 등에는 중독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데, 유독 게임만 중독으로 지정하고 질병이라 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대도서관은 앞서 21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도 출연해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학원에 가는 시스템이어서 아이가 성취욕을 느끼는 건 게임밖에 없다”며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도서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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