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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인 플라스틱 저감방법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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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0 10:00:00 수정 : 2023-12-10 2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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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비닐 폐기물.

 

그야말로 플라스틱 퇴출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잇달아 ‘#플라스틱프리챌린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이를 쓰지 말자는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IBK연금보험, 경남은행 등 금융사들이 참여했고, 지난주에는 롯데그룹 식품 및 유통 BU(부문)가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했다. 앞서 포스코와 미국의 식품업체 네슬레도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에 가세했다.

 

지난달 31일 울산 장생포항에서 개최된 24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는 정부 역시 이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바다에는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으나 인류는 바다를 너무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고,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며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올해를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플라스틱 줄이기 열풍은 올해 들어서는 아예 이용을 금지하자는 프리(Free) 또는 제로(zero) 캠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의회는 ‘특정 용품에 대한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규제안’을 통과시켰고, 2021년부터는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역시 작년 5월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가 가세했고, 올해부터는 뉴욕까지 대부분 대도시에서 커피 컵과 빨대, 포장용기 등에 플라스틱 활용을 금지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커피 전문점에서 1회용 빨대 및 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지난 4월1일부터 대형 마트와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비닐 봉지 이용을 금하고, 제공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420장 정도의 비닐 봉지를 쓰고, 100㎏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소비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한국은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방안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 

 

플라스틱 저감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주요 글로벌 아젠다(의제)가 되었다. 이는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유제품과 플라스틱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을 본격 시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가 해마다 생산하는 플라스틱 양은 3억3000만t이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약 83억t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3.2㎞ 깊이로 묻어버릴 수 있는 규모의 양이다. 

 

문제는 그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불과 9%에 그치고 있으며, 79%는 그대로 폐기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120억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중 약 1200만t은 매년 바다로 흘러가 잘게 쪼개진 뒤 세밀한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가 된다. 현재 해양에 존재하는 약 5조개의 플라스틱은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해양 자원들에도 깊숙이 침투하여 결국 사람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양과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 비닐 등 석유제품은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기상학회(AMS)와 미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해 전 세계의 온실 가스 배출량이 최고 수준에 달했는데, 특히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3대 가스의 방출이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적절한 대체제품 개발 없이 현재 모든 플라스틱을 이용 못 하게 하거나 대폭 저감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들이다.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제품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플라스틱 유럽 연맹에서 발표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품의 39.9%가 일반 포장재이기 때문에 실생활에도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더구나 지구상 모든 의류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가공 제품인 폴리에스테르(polyester)의 대체 섬유 개발도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제로에 앞서 이를 계획적으로 실행할 가이드라인 설정과 대체제 개발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라스틱 쓰레기.

 

UN지원SDGs협회는 지난해 2월 유엔 총회에 제출된 사무총장 보고서(Secretary-General Reports)와 유엔 오션 콘퍼런스를 위해 작성한 ‘파트너십 대화를 위한 개념 보고서’(Concept papers for the partnership dialogues) 등을 기반으로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를 만들고 있다. GRP는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는 핵심 참여 권고대상 6개 산업군과 타 산업 대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참여 권고 대상 7개 산업군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만드는데, 이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업계를 비롯한 석유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제품 개발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친환경 원료인 BIO-PP(바이오 피피)로 제작된 친환경 용기 도시락이 출시되었으며, 코코넛 껍질 성분의 바이오매스 소재 용기 도시락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도시락 기업인 한솥 도시락도  PSP 소재로 기존 PP 소재 용기 대비 플라스틱 이용량을 40%로 줄였다. 

 

택배 상자와 포장용 비닐백을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Graphene) 개발에도 정부와 산업계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 머리카락 10000분의 1 굵기, 강철 200배의 강도, 구리보다 100배 높은 전기 전도율을 가진 그래핀은 기존 소재에 비해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더욱 세다. 플라스틱 대체제로 주목받는 이유다. 

 

동시에 전기 전도율을 높여줄 수 있어 제조 원료로 활용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전 세계 그래핀 업계의 선두주자인 스탠다드 그래핀의 이정훈 대표는 “그래핀은 1g만으로 축구장 면적의 75%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표면적이 넓어 오염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오염물질뿐 아니라 세균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정수시설이 뒤떨어진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국내 정수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플라스틱이 본격적으로 양산된 1960년대는 모든 인류가 그 혜택을 받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가장 큰 공공의 적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한번 파괴된 환경이 회복되는 데는 최소 1만년 이상이 걸린다. 플라스틱 제로와 프리 캠페인이 구호로만 끝나면 안 되는 이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대체제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 진정한 플라스틱 저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지원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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