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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커플의 모델은?

입력 : 2019-06-29 01:00:00 수정 : 2019-06-28 2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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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서구사회 정략결혼 일반화 / 남편들은 외도·성매매로 쾌락 추구 / 부부 갈등 늘자 연애결혼 인기 끌어 / 쾌락에 가려졌던 사랑 식으면 이혼 / 갈수록 결혼 기피… 고독사회 부추겨
마르셀라 이아쿱/이정은/책세상/1만4000원

커플의 종말 - ‘커플’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통찰/마르셀라 이아쿱/이정은/책세상/1만4000원

 

“나는 그걸 싸움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건 싸움이 아니었어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수렁이 그저 드러나는 일일 뿐이었죠. 감각을 만족시키느라 욕망을 모조리 소진해버리고 나니, 우리가 맺고 있는 진정한 관계가 드러났죠. 계속해서 성욕을 가라앉히는 일로 이루어진 관계 말이에요.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히 낯선 두 이기주의자일 뿐이었어요. 그저 상대방한테서 최대한 쾌락을 얻길 원했던 겁니다. 하지만 몰랐던 거죠. 결혼 초기에는 이런 반감이 일어나도 새로 달아오르는 감각적 쾌감, 그러니까 욕망으로 금세 가려졌거든요.”

저자 마르셀라 이아쿱은 “파트너 ‘짝짓기’가 과거에 비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짝을 찾은 파트너 사이에 새로운 지배 관계가 생겨 부부 관계가 점점 더 불행하고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커플의 종말’에 소개된 새내기 부부의 글 한 토막이다. 쾌락을 추구한 남녀가 결혼 초기 신비감에 휩싸이다 금세 식는 감정의 기복을 표현한 말이다. 저자는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논평가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장 마르셀라 이아쿱(Marcela Iacub). 프랑스의 결혼·이혼 양태와 관련한 법적 변화상을 다루면서, 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커플의 모델을 제안한다.

너무도 다른 프랑스와 한국의 양태를 단순 대입해 비교할 순 없다. 저자의 논지 전개에 다소 비약도 보이지만, 나름 음미해볼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저자는 19세기까지 일반적이었던 서구 사회의 정략결혼에 관한 얘기로 운을 뗀다. 부부 관계에서 당시 남편들은 성매매 여성, 정부, 젊은 아가씨와 더불어 방탕한 섹스를 무시로 탐닉했다. 부부간의 ‘동물적인’ 성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아내들은 남편과 하는 섹스가 의무였기에 복종했고 따라서 멸시당하지 않았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떠들썩했던 ‘신성일·엄앵란’의 사진이다.

반면 혼외 섹스에 동의하고 이를 따라 한 여자들은 멸시를 받았다. 혼외 섹스를 통해 얻는 쾌락은 두 파트너를 결속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화하고 분리하고 서로 대립시켰다. 이 ‘나쁜 섹스’는 부부 관계로 은밀히 들어왔고, 이로써 결혼 양태는 연애결혼으로 차츰 변화했다.

톨스토이는 오늘날 커플 즉, 일반화된 연애결혼은 정략결혼에 ‘나쁜 섹스’가 들어옴으로써 탄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시말해 외도로 인해 연애결혼이 일반화되었다는 다소 씁쓸한 풀이다. 연애결혼은 19세기 중반부터 유럽 중산층의 결혼 방식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레프 톨스토이만큼 당시 연애결혼의 ‘쓴맛’을 제대로 묘사해 작품을 쓴 소설가는 없다.

톨스토이는 작품에서 연애결혼의 맹점을 지적한다. 톨스토이의 견해이다. “당사자의 진실한 감정에만 의존하고, 사회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애정 관계는 힘이 달려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이 결합을 거부하고 연인의 운명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결국 연인을 밀실에 가두어버린다. 그 밀실 속에서 열정은 서서히 식는다. 연인이 열정에 북받쳐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아도, 연인은 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다. 혈혈단신인 이들은 사회의 공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2017년 10월 당시 세계적인 한류스타 두 배우의 결합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결혼식장 신라호텔 주변에 드론까지 띄어 커플의 결혼식을 생중계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했다. 이렇듯 아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두 사람의 파경 소식 또한 충격적이다. 가십거리로 제쳐두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파경이다. 너무나 ‘특별한 커플’의 사례를 일반인에게 대입하기에는 무리다.

그럼에도 그들의 파경이 젊은 층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 특히 앞으로 도드라질 결혼 기피 경향은 우려스럽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수치는 충격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1972년 41만7000건이던 혼인 건수가 2013년 기준 23만1000건이었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연애결혼이라든지 낭만적인 사랑은 고독사회를 부추긴다고 지식인들은 혀를 찬다. 18살 이상 프랑스인 가운데 12%(500만여명)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했다. 결혼 관련 사회제도나 의식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프랑스가 이런 수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이 추구할 만한 커플의 모델이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독자에게 숙제를 던진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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