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56개국 중 스웨덴이 1위, 한국은 54위에 위치한다. 행복한 삶의 조건은 무엇일까. 행복을 최고의 선이라고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을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누구나 배움과 노력을 통해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삽화가인 타샤 튜더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가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동화 20여편을 썼고, 100권이 넘는 책의 삽화를 그렸으며, 중년 이후 미국 버몬트주 산골에 농가를 짓고 30만평의 정원을 가꾸며 살았다. 그녀의 슬로 라이프를 그대로 보여주는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감독 마쓰타니 미쓰에)는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이 영상에 담긴 성찰적 잠언과 삶의 모습은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과거의 안정감 속으로 편안하게 이끈다.
“저는 언제나 행복해요. 불행하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아요”라고 말하며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은 물처럼 잔잔한 그녀만의 삶이 엿보인다.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우면서 애완동물과 가축을 키우고 요리, 청소, 정원가꾸기, 그림그리기 등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했다고 한다. 그녀의 말 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는다. “정원가꾸기는 제 인생 자체예요. 저를 즐겁게 해줘요. 아름다운 정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세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가꾼 별처럼 아름다운 꽃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향기를 내뿜는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자연을 담은 영상 자체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그녀는 양초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벽난로 장작불에 화로를 넣은 채 칠면조를 3시간이나 돌려가면서 굽기도 한다. 좀 더 빨리 구울 수 없냐는 손녀에게 “시간을 들여 천천히 구워야지. 1840년대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 보렴. 이 집에선 시간이 천천히 흐른단다”라고 답한다. 그녀는 92세로 영원히 잠들었지만, 그날 정원의 꽃은 만발했다는 화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녀의 행복의 비결은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롭게 행복을 찾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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