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테너’로 명성을 떨친 유명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사진)가 30년 넘게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오자 세계 주요 공연단체들은 도밍고의 출연이 예정된 공연을 잇달아 취소했다.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는 13일(현지시간) 도밍고에 대해 제기된 성추행 진상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져 온 문화예술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터지면서 성추행 갑질의 심각성이 또 한번 드러났다.
이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LA 오페라는 외부 변호인을 고용해 도밍고 성추행 파문을 조사할 계획이다. 1998년 LA 오페라 예술감독에 취임한 도밍고는 2003년부터 이곳의 총감독을 맡아왔다. 도밍고는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도록 함께 일하는 여성들을 성추행해왔다고 전날 AP통신은 보도했다.
피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여성만 성악가 8명과 무용수 1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도밍고는 허락 없이 여성들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거나 억지로 입을 맞추고,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려 “오늘 집에 가야 하느냐”고 묻는 등 괴롭혔다. 피해자 9명 중 7명은 도밍고의 뜻에 따르지 않자 배역을 빼앗기는 등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사랑받아온 오페라계의 슈퍼스타가 수십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도밍고가 자신의 위상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성적인 요구를 해 온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이번 의혹이 보도되자 각각 9월과 10월로 예정된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 달 도밍고가 출연하는 ‘맥베스’, 11월에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LA 오페라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룬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은 이달 31일로 예정된 오페라 ‘루이자 밀러’ 공연에 예정대로 도밍고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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