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제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일본에서는 다시 ‘노(No) 아베’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일본 시민들은 이날 오후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大阪)의 유명 번화가 난바(難波)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 발표 후 수도 도쿄가 아닌 지역에서 반아베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반(反)차별운동단체인 CRAC(Counter-Racist Action Collective·인종주의자에 대한 행동단체) 우에다 유스케 대표는 “원래는 15일 개최예정이었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앞당겼다”고 밝혔다.
최근 혐한(嫌韓·한국 증오)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일본 우익 정파인 일본유신회(維新會)의 정치적 거점인 오사카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의 양심 세력 사이에서는 ‘반아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 사회 전체의 보수화는 큰 흐름이다. 이날 찾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전시관 성격인 유슈칸(遊就館)에는 아시아 민중을 전화에 빠트린 과오는 반성하지 않은 채 ‘대동아전쟁’을 찬미하는 전시만 여전히 즐비했다. 막대한 자국민이 희생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에 대해서도 관련 사진 한장 없이 관련 사실만 간단히 언급하는 등 전쟁의 참화는 외면하고 있다.
특히 야스쿠니신사 창립 150주년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합사(合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한·일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조상을 기리는 오봉(御盆·8월15일) 명절을 맞아 선친 묘소 등을 참배하기 위해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3일 저녁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후원회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마에다 신타로(前田晋太郞) 시모노세키 시장이 이 자리에서 자매도시인 부산시와의 민간부문 교류 사업을 설명하자 아베 총리는 “민민(民民)의 일은 민민 간에 하면 좋을 것”이라며 민간 차원의 교류를 장려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통신은 이에 대해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 규제 강화로 일·한 정부 간 관계가 얼어붙더라도 민간 교류는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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