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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검찰 개혁단 꾸려라”… 윤석열 "정치 관심 없어" [조국 임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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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1 06:00:00 수정 : 2019-09-10 2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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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첫날 행보 / 현충원 참배로 공식업무 돌입 / 방명록에 “개혁 완수에 최선” / 靑 “얼마나 성과낼지 봐달라” / 검찰선 曺 가족 수사에 속도 / 양측 모두 ‘불편한 동거’ 시작 / 윤석열 '수사 공정' 마이웨이 행보 / 법무부 제안한 특별수사팀도 거절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에게 주어진 시간이 시작됐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10일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지 같이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덧붙인 말이다. 고 대변인이 언급한 ‘성과’는 조 장관이 청문회 과정과 취임 일성에서 누차 강조해 온 ‘검찰개혁’과 통한다. 조 장관은 취임 직후인 전날 오후 7시 첫 간부회의를 열고 검찰개혁과 관련한 지원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곤 이날 곧바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구성하며 행동에 나섰다.

 

지원단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인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사법연수원 31기)이 맡았다. 또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28기)이 지원단에 파견됐다. 황 국장은 검찰 근무 경력이 없고 이 2차장보다 후배다.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박상기 전 장관 재임 당시 시작한 검찰개혁 작업의 연속성을 잇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조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는 법무부 간부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하며 이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방명록에는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하여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 전 국무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공개석상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데뷔한 국무회의에서도 참석자들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조 장관에게 쏟아졌다. 이날 국무회의가 ‘현장’에서 열렸는데, 그 장소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라는 게 공교롭다. 일본의 무역보복을 과학기술로 극복하겠다는 취지에서 청와대가 골랐는데, 조 장관에겐 다소 아픈 곳이다. 조 장관 딸은 KIST에서 인턴십 증명서를 허위·부정으로 발급받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곳을 압수수색까지 했다.

 

조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무위원, 강기정 정무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악수를 나눴다. 일부 청와대 비서관은 조 장관을 응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임명된 국무위원들을 불렀지만,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이 있는 자리로 가지 않았다. 조 장관과 얘기를 나누던 박 장관이 조 장관에게 차담회장으로 가보라고 권했지만, 그는 손짓으로 거절했다. 문 대통령과 자신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마침 검찰은 조 장관 동생 전처의 주거지와 ‘조국 펀드’ 투자사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조 장관과 그의 가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하던 시점과 맞물려 조 장관은 ‘인사권’을 통한 검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이 감찰을 통한 검찰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검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조 장관과 검찰의 ‘불편한 동거’는 서막을 올렸다.

 

한편 조 장관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쓴소리를 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에게 임명 당일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다.

 

황희석(사진) 인권국장(사법연수원31기)과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

◆황희석 개혁단장은 누구

 

법무부가 검찰개혁을 위한 구성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 황희석(사진) 인권국장(사법연수원31기)과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28기)이 이름을 올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단장을 맡은 황 국장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변인·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용산참사 철거민 변호인단 활동도 했다. 2012년 총선에 서울강동갑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갖고 있다. 당시 황 국장의 포스터에는 ‘검찰과의 전쟁·검찰개혁의 신’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조 장관이 서울대 교수 시절 이 포스터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민변의 핵심, 채식주의자면서도 근육질의 축구광”이라고 소개한 인물이다.

 

황 국장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검찰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폭군,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괴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2차장은 황 국장을 보좌할 예정이다.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이 차장은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전주지검 부부장검사와 수원지검 형사부장 등을 지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2년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도 일했다. 이 차장은 조 장관을 비롯한 친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치 관심 없어… 중립 지킬 것”


“정치 관심 없다. 중립성을 지키며 본분에 맞게 일하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검찰을 상대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지만 검찰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로 말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칙주의자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과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는 정치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다”며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오히려 부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나는 헌법주의자”라며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지난 6일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검찰주의자가 아니라 헌법주의자”라는 뜻을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조 장관의 검찰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사실상의 반박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총장은 법무부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을 해왔으나 직접 거절하며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뉴시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는 윤 총장이 과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두지휘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유사하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특검의 전방위 수사를 받은 삼성이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자 일각에서는 ‘기업죽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흔들림 없는 수사를 이어갔고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도 윤 총장의 기조에 맞게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개입’이라는 여권의 비판에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 6일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현재 정 교수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당초 고발로 시작한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뿐만 아니라 사문서행사죄를 포함해 증거인멸 의혹 등 전방위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윤 총장도 이러한 급박한 수사 상황을 고려해 조 장관과 당분간 만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검찰총장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이후 따로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찰의 신뢰는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사석에서 누차 강조해왔다”며 “(조 장관에 대한 수사도) 지금까지의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필재·박현준·김건호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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