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8일 당정협의에서 논의한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방안’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법무행정제도 개선에 방점을 뒀다.
당정이 이날 협의한 개혁 방안 중 서민정책과 관련된 사안은 △집단적 피해 사건에서의 집단소송제도 확대·개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주택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보장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등이다.
이 가운데 재산비례 벌금제는 같은 범죄라도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반영해 벌금형에 차등을 두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산비례 벌금제는 19대 국회에서 ‘일수 벌금제’라는 명칭으로 몇 차례 발의됐다가 폐기된 바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일찌감치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 1900년대 초반 이 제도를 도입했고 1900년대 후반엔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관련 제도가 시행됐다.
다만, 벌금 부과를 위한 재산 기준과 형평성 등에 대한 위헌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에 비해 자영업자 등은 소득 파악률이 현저히 낮어서다. 결국 직장인의 부담이 소득 파악이 안 된 자영업자보다 더 클 수 있는 셈이다. 제도 도입 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문제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벌금을 차등화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는 후보자였던 지난 2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재산비례 벌금제와 관련해서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여러 나라 기준으로 조사해 의원 입법으로 발의하든 정부 입법으로 발의하든 만들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상가 임차인에게만 보장되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일반 주택 임차인에게도 적용하는 주택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보장도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다. 전·월세 등 주택 임대기간은 통상 2년 기준이기 때문에 갱신청구권이 보장되면 최소 4년의 임대기간이 보장될 전망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신설해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전·월세를 2년 더 연장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이 임차인에게도 주어지면 전·월세 물량이 감소하거나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아무래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다주택자 규제, 보유세 부담 증가에 이어 불리해지는 것”이라며 “도입될 경우 임대사업을 하려는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전·월세가가 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2년에 한 번 변동하는 것이 4년에 한 번 변동하는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세입자 주거안정성 이외에 전·월세 가격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이우중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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