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후보의 ’국민 면접관’으로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 대표를 섭외했다고 밝힌 지 2시간여 만에 일방적으로 교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공동 집행위원장 출신이자 회계사인 김 대표는 이른바 ‘조국 흑서’라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강훈식 민주당 대선 경선 기획단장은 1일 서면 브리핑에서 “애초 발표한 김 회계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소송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전문가 패널로는 당의 원로이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앞서 기획단은 이날 김 회계사와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을 국민 면접관으로 섭외했다며, 이들이 오는 4일 2차 대통령 후보 경선의 국민 면접에 패널로 참석한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회계사는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여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탈진보 인사로 불리는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회계사는 자진 사퇴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뉴스1에 “(민주당 측에서) 아무런 내용 전달이 없었다”며 “발표 후 대선 기획단에서 ‘경선 후보들이 반발하니 곤란할 것 같다’, ‘양해해달라’고 사후적 알려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인사를 섭외해 ‘독한 면접’을 치러보자는 대선 기획단의 구상은 경선 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먼저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조금 전 발표된 민주당 대변인 브리핑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다”며 “2019년 조 전 장관을 거짓까지 동원해 공격했던 김 회계사를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며 “외부의 쓴소리를 듣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조국펀드’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임이 밝혀졌다”며 “김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이콧 의사까지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제 조 전 장관을 놓아주자”며 “당 지도부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가혹하게 ‘조국의 시간’을 연장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아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당 지도부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즉시 지도부와 전 후보들이 만날 것을 제안한다”며 “경선이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소속 의원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먼저 정청래 의원은 김 “독한 면접관이 아니라 독”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재정 의원은 “백번 양보해서 우리 당에 비판적인 인사가 필요했다고 치자”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급한 시궁창 ‘일베’ 단어를 쏟아내는 이까지 모셔 뭘 하자는 것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민석 의원도 “댜앙한 시각을 수용하고 흥행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조 전 장관을 모욕적으로 ‘소환’해야 하는지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달리 이날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북 안동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게 당을 위해서나 후보를 위해서도 훨씬 좋을 것”이라며 “본인이 안 한다고 한 것이라면 할 수 없겠지만 저는 정말 국민의 시각에서 엄정한 검증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