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죽음이 악성 댓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망 원인이 최종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설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설리의 심경을 담은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악성 댓글(악플)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의 죽음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타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걸그룹 f(x)(에프엑스)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설리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해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설리는 이에 맞서 방송 프로그램 ‘악플의 밤’을 진행하며 고군분투했으나 끝내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다. 악성 댓글이 피해자의 정신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팬들은 “악플에 당당한 모습이 좋았는데… 많이 아팠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악성 댓글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정신적 폭력이다. 우리 사회 소통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적폐’다. 익명성 뒤에 숨어 허위 주장과 매도를 서슴지 않는 악성 댓글은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지 오래다. 배우 최진실은 2008년 악성 댓글로 고통받아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동거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반복해 쓴 네티즌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우리나라의 악성 댓글이 전체 댓글의 80%로, 네덜란드(10%), 일본(20%) 등을 압도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악성 댓글은 초·중·고교생들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2018 학교보고기반 심리부검’ 보고서는 “평소 정신건강 위험이 있던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은 카카오톡 등에서 갈등을 겪던 친구들의 비방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건전한 비판은 올바른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분노와 편견, 혐오를 부추기는 악성 댓글은 개인의 인격 살해를 넘어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 행위다. ‘악플 금지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악성 댓글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악플을 자제하고 선플을 장려하는 운동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가 악성 댓글까지 용인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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