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자율주행 시대에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노리는 대표적인 분야다. 자동차의 주요 무대가 모터쇼에서 가전쇼로 옮겨가는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의 행보도 매우 적극적이다.
LG전자는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꾸린 뒤 지난해 말 이를 VS(Vehicle component Solution)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용 부품 개발에 머물지 않고 그 위에 스마트홈의 노하우를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부품 단위를 넘어 이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종합 솔루션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개발한 플랫폼 MCVP(Microsoft Connected Vehicle Platform)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솔루션 및 지능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는 게 가능해지고, 파트너인 고객사는 클라우드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미국의 전장(전자장비)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올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의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3개의 OLED(올레드) 디스플레이와 1개의 QLED 디스플레이, 뒷좌석에도 2개의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형태다.
운전석에서는 운행정보와 음악·라디오·전화 등의 기본 앱, 인공지능(AI) 비서인 빅스비, 사물인터넷(IoT) 관련 스마트싱스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고 조수석에서는 고화질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뉴 빅스비가 적용된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통해 집에서 차량 내 주유 상태나 온도 등을 제어하고, 반대로 차 안에서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 안의 가전제품이나 조명 등을 제어한다. 모바일기기의 연결성을 확대해 더 편리한 업무환경을 구현한 ‘삼성 덱스(Dex)’를 차량 내부에 탑재하면 문서나 메일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안팎을 연결하는 ‘카투홈(Car to Home)’ 혹은 ‘홈투카(Home to Car)’ 서비스는 통신사들도 집중하는 분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카투홈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주차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지난 6월에는 기아자동차의 K7 프리미어와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탑재했다. AI 스피커를 통해 음성명령을 내림으로써 차량의 시동, 경적, 문 잠금, 온도조절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차량 내부에서 ‘귀가모드’ 버튼을 눌러 퇴근 시 집 안의 보일러, 에어컨, 조명 등 IoT 기기를 작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KT는 자율주행 시대에 선보일 서비스의 청사진을 ‘커넥티드카’로 제시했다. 차량이 일종의 단말 형태로 통신망에 연결되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율주행의 정밀성과 안정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이 스마트폰 단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통신 주파수가 다양해지면서 차량과 관련 서비스도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나 드론 등을 활용한 무인 배달에 초점을 맞췄던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차량 내 탑승자의 쇼핑 활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에서 TV를 활용한 홈쇼핑, 인터넷 쇼핑, 모바일 쇼핑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쇼핑 업계가 모빌리티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자율주행차량 내 디스플레이에서 탑승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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