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부터 110억여마일(약 180억㎞) 떨어진 곳에는 태양 영역의 끝과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의 시작을 구분 짓는, 포착하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보이저 2호는 발사 약 41년 만인 지난해 이 경계를 넘었으며, 이때 희미한 신호를 보내왔다. 과학자들이 이를 분석한 결과 태양계의 끝은 ‘뭉툭한 탄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된 5편의 논문을 통해 보이저 2호가 보내온 데이터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이 데이터는 태양계 가장자리의 환경에 대한 가장 구체적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보이저 2호가 2012년 성간우주에 도달한 보이저 1호보다 훨씬 날카롭고 얇은 태양권(heliosphere)의 경계, 즉 태양권 계면(heliopause)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태양은 전기를 띤 미립자를 지속해서 흘려보내는데, 이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다고 해서 태양풍으로도 불린다. 태양권은 이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태양 주변부를 이르는 말이다.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우주 진입을 알 수 있는 핵심 신호는 플라스마 밀도의 상승이다. 태양권은 뜨겁고 플라스마 밀도가 낮지만 성간우주는 시원하고 플라스마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태양권 계면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지만 장비 고장으로 구체적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다. 이를 보이저 2호가 더욱 정확하게 포착해낸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권이 대칭임을 암시하는 결과도 발견했다. 보이저 1·2호는 각기 다른 두 지점에서 다른 시간대에 태양권을 벗어났다. 하지만 최소 이 두 지점에서는 태양까지의 거리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태양권의 끝을 “뭉툭한 탄환”(blunt bullet)으로 묘사했다.
돈 거넷 아이오와대 교수는 “우리는 저 밖에 뚜렷한 경계선이 있다는 것을 보이저 2호와 이전의 보이저 1호에 의해 명백히 했다”며 “플라스마를 포함한 유체(流體·기체와 액체)가 어떻게 경계를 형성하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BBC에 말했다.
연구진은 이밖에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넘어선 정확한 날짜가 2018년 11월5일이란 사실도 데이터 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이저 2호는 지난 1977년 8월20일 발사됐다. 쌍둥이인 보이저 1호보다 한 달 먼저 발사됐지만 천왕성과 해왕성의 근접 이미지 제공 등 임무 수행을 위해 다른 길로 태양계를 가로지르다 6년 이상 늦게 성간우주의 문턱을 넘었다.
나사 연구진은 기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가며 이번 업적을 가능하게 한 보이저 2호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발사 전부터 보이저 2호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에드 스톤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태양 자기장) 버블이 얼마나 큰지 몰랐다”며 “우주선이 버블의 가장자리에 도달해 성간우주에 진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활동할 수 있을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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