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후원의 정자 향원정(香遠亭·보물 1761호)은 도넛 형태로 가장자리만 온돌시설(사진)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 시작한 발굴조사를 통해 실체를 알지 못했던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 구조를 찾아 20일 공개했다.
온돌시설이 설치된 정자는 매우 드문 편이지만, 향원정은 아궁이가 있어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단은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인 고래둑과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물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깊이 판 고랑인 개자리를 확인했다. 연기 통로는 향원정 기단 아래를 통과해 정자가 있는 섬 동북쪽 호안석축(호숫가에 돌로 쌓은 시설) 방향으로 연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방은 건물 기단 안쪽으로 기와를 깨서 넓게 펴고 그 위에 석회가 섞인 점토를 다지는 방식을 교차해 기초를 조성했다”며 “아궁이에서 피운 연기가 별도의 굴뚝으로 나가지 않고 연기 통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원정의 이 같은 온돌 구조는 일반적인 온돌과 비교하면 특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은 방바닥 전체를 데우는 형태지만, 향원정은 가장자리로만 연기가 다니게 했다.
연구소 배병선 소장은 “향원정은 1층은 온돌이고 2층은 마루인 생소한 형태”라며 “굴뚝 없이 연도만 설치한 사례로는 담양 소쇄원과 영주 소수서원 강당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사방이 트인 향원정은 조경 측면에서 마땅한 자리가 없어 굴뚝을 두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정자가 기울어진 원인도 찾았다. 정자를 받치는 6개 기둥 중 동남 방향 주춧돌을 받치는 넓적한 돌인 초반석에서 균열을 발견했다.
경회루와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가진 향원정은 고종 대인 1870년 전후에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지반 지지력이 약해져 건물이 기울고 목재 접합부가 헐거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2017년 해체·보수를 결정했다. 이번 조사의 결과를 반영해 구들과 연기 통로를 복원하고, 일부 부재를 교체할 방침이다. 또 지붕마루 중심에 세우는 절병통과 외부 난간을 복원하고, 이완된 기단과 석축을 다시 조성할 계획이다. 남쪽으로 향했던 다리인 취향교(醉香橋)는 원위치인 북쪽으로 이전한다. 재개방은 내년 7월로 예정하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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