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도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 현재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금지 또는 제한 등의 조치를 하는 나라는 전날에 비해 19곳이 증가한 62곳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각단계 격상 이후에 입국금지, 절차 강화를 하는 나라들이 많이 늘었다”며 “유럽에서도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까 방어적 측면에서 입국 제한을 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해 전면적 혹은 부분적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총 30곳이다. 베트남 정부는 29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처는 베트남이 2004년 한국인에게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 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 이들 지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것에서 조처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는 호남, 충청, 강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출발한 한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도 향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 한국을 입국금지 대상 국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승인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31일 직전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사람의 미국 입국을 불허한 전례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도 입국을 허용하되 14일간 특정 시설 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반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발표한 새로운 지침을 통해 최근 14일 이내에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을 다녀온 호흡기 질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중국을 다녀온 환자가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에만 검사를 받도록 했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는 중국을 포함해 32곳이다. 대만은 한국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린 데 이어 의료진 등의 방문도 제한하기로 했다. 독일 보건당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으로부터의 항공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독일 내 행선지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한국민의 입국에 과도한 제한 조처를 한 동남아 11개국 주한대사에게 유감을 표했다. 이 차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동남아 11개국(아세안 10개국 및 동티모르) 주한대사를 면담하고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역량을 설명하며 “우리 정부의 방역 역량을 계속 신뢰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이탈리아 북부 3개주에 대해 2단계 여행경보(황색경보)를 발령하고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경보 발령지역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네토주, 에밀리아 로마냐주 3개 지역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백소용·조성민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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