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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 막힌 댕댕이들… “더 길어지면 안락사래요T·T”

입력 : 2020-06-14 10:00:00 수정 : 2020-06-13 10: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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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유기견 보호시설 ‘포화’/ 하늘길 닫혀 5개월째 새 주인 못 찾아/ 각 시설마다 보호 중인 개체 수 폭증/ “식구 계속 늘면 ‘최후 선택’할 수밖에”/ 화물로 입양 보내려면 비용 부담 커/ 대형견 1마리당 70만∼150만원 달해/ 크라우드 펀딩 등 해결책 찾기 고심/ 어리고 작고 품종 있어야 인기 많아/ 시설 일시 폐쇄로 국내 입양마저 ‘뚝’/ 유튜브 홍보영상 올린 후 조금씩 활기

#1. ‘생태’는 내일이면 ‘심바’가 된다. 생후 3개월쯤 된 어린 믹스견(비품종견) 생태는 가로폭 50㎝ 정도의 작은 우리에서 덩치가 비슷한 갈색 단모종 믹스견과 함께 지내고 있다. 생김새가 생물 명태를 닮아 지어졌다는 장난스러운 그 이름처럼 생태는 장난치는 게 좋다. 우리 안의 친구를 툭툭 치며 놀자고 꼬리를 흔들고 양 앞발을 번쩍 들어보이기도 하고 이를 세우지 않고 물며 장난을 걸어본다. 좋아하는 장난을 치며 활발히 움직이기에 우리는 너무 좁은 세계다. 마음껏 뛰놀 집이 간절하다. 다행히 내일이면 생태는 새 집과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 생태를 데려갈 가족은 입양도 전부터 생태를 위한 새 이름을 지어줬다. 용맹한 사자의 이름 심바다. 내일이면 생태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할 미지의 세계로 간다. 태어나 알았던 거의 전부의 세계, 유기견 보호소를 떠나 낯설지만 따뜻할 ‘가정’으로 간다.

 

#2. ‘일월이’는 2017년 1월 보호소에 들어왔다. 금방 떠나게 될 줄 알았던 보호소 생활은 하루하루 늘어나 이제는 보호소의 최고참이 됐다. 입소할 때 3~4살이었던 일월이는 이제 7~8살 중년 개가 됐다. 입양은 어리고 작고, 품종이 있는 개들에게 유리하다. 국내 입양은 더 그렇다. 덩치 큰 믹스견인 일월이 같은 개들은 해외 입양이 아니면 사실상 입양의 기회가 없다. 그나마 해외에는 덩치가 크고 품종이 없는 개들도 꺼리지 않고 입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코로나19로 유기견 해외 입양의 문이 5개월째 닫혀 있는 지금으로선 일월이를 받아줄 새 집을 구할 길이 없다. 어디로도 갈 수 없어진 일월이는 이제 보호소에도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입양 가는 친구들 없이 들어오는 식구만 계속 늘다가는 일월이는 머지않아 지금의 거처를 내어주어야 할지 모른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일월이의 전부였던 세계, 유기견 보호소를 떠나 차가운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할 수도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용인시동물보호협회’ 유기견 보호소 견사 내부 모습. 어린 개들의 경우 한 우리에 최대 10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유기견 입양이 급감하며 전국의 유기견 보호소들이 심각한 포화상태에 놓였다. 지난 12일 낮 경기도 광주의 ‘용인시동물보호협회’ 유기견 보호소. 낯선 사람이 들어서자 보호소 안 유기견들이 일제히 목청 높여 짖어댔다. 견사는 두 동뿐인데 들려오는 개 소리는 두 동의 견사에서 나온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우렁찼다. 보호소에 발을 들인 순간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이미 견사가 빈틈없는 포화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보호소는 극심한 포화 상태

 

이곳 보호소의 적정 개체 수는 200마리지만 현재 250마리의 유기견들이 머물고 있다. 70개가 넘는 우리는 유기견들로 빈틈없이 꽉 찼다. 한 우리당 최대 10마리가 산다. 정원을 넘어선 상태가 계속되며 유기견을 돌보는 관리자들의 고충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오전에는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평일 기준 보통 두 명의 관리자가 250마리 유기견들을 돌본다. 꼼꼼히 신경 써주고 싶지만 1인당 돌봐야 할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다.

 

보호소에서 개들을 돌보는 김지수 부소장은 “견사에 진도 믹스견들이 가장 많다. 안타까운 것이 진도들은 특성상 예민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좁은 우리에 여러 마리가 부대끼며 사는 것이 진도의 본래 습성에 잘 맞지 않는 것”이라며 “그 때문에 포화 상태가 심화될수록 아이들이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지 걱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원래도 정원을 꽉 채운 상태였던 보호소가 극심한 포화상태에 놓인 건 코로나19로 유기견 해외 입양 길이 막힌 탓이다. 대형 믹스견 위주인 보호소의 특성상 작고 어린 품종견을 선호하는 국내 입양보다는 해외 입양에 집중해왔다. 많을 때는 한 달에 25마리의 유기견을 해외로 보내왔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서는 2월에 4~5마리로 줄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아예 입양이 전무했다. 새로 구조된 유기견들은 계속 들어오는데 나가는 개는 없으니 상황은 악화일로다.

 

또 다른 유기견 보호소인 ‘레인보우 쉼터’ 역시 코로나19로 해외입양이 중단되며 보호 중인 개체 수가 급증했다. 비영리 시민단체인 ‘코리안 독스(KDS)’에서 운영하는 레인보우 쉼터의 경우 100~150마리가 적정 개체 수인 곳에서 200~250마리의 유기견들이 지내고 있다. 김복희 KDS 대표는 “처음 단체가 출발할 때만 해도 100마리였던 유기견 수가 지금은 배가 넘게 늘었다”며 “코로나19로 해외 출국길이 막혀 이동봉사자들을 통한 입양이 어려워진 4~5월 두 달간 해외 입양을 거의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물 통한 입양 막대한 비용… 최후의 수단은 안락사

 

유기견 해외 입양에는 봉사자가 직접 유기견을 입양 국가로 데려다주는 것과 화물로 보내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동봉사자를 통한 해외입양은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워져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남은 방법은 화물로 보내는 것뿐인데 비용이 막대하다. 대형견의 경우 한 마리당 비용이 70만원에서 150만원에 달한다. 보호소가 온전히 부담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다. 결국 해외 가정으로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들이 보호소에 계속 머물게 되며 보호소가 심각한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 기미연 대표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유기견 해외 입양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최후의 수단은 안락사가 될 수밖에 없다. 기미연 용인시동물보호협회 대표는 “유기견들의 복지 차원에서도 포화도를 낮추는 것이 절실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 대표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현행동물보호법에 따라 열흘간 보호한 후 안락사하는 것과 달리 안락사 없이 최대한 많은 유기견을 살리려고 만든 비영리단체지만 지금과 같은 극심한 포화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안락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입양을 위주로 하는 지자체 유기견 보호소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시설이 일시 폐쇄된 동안 입양 건수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견 입양센터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유기견입양센터 ‘리본센터’ 역시 3~4월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보통 한 달에 6~7마리씩 입양을 보냈는데 3월에는 입양이 단 한 건에 불과했고 4월에는 아예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결법 찾아 고군분투하는 보호소들

강동구 유기견 입양센터 ‘리본센터’에서 지난 4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올리기 시작한 유기견 소개 영상.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기견 보호소들은 저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는 화물로라도 최대한 많은 유기견을 입양 보낼 수 있도록 모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미연 대표는 “해외입양이 주로 이뤄지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는 지금도 입양 수요가 많다. 화물 운송비만 마련하면 해외입양을 보낼 수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 등 모금을 통해 비용을 마련해보려고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KDS 쉼터 측은 국내 입양을 지금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믹스견 대형견이 입양돼봤자 푸대접받거나 결말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 해외입양만 보내왔는데 이제는 국내 상황도 많이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입양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고 견주 교육 등을 통해 재파양의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다. 김복희 대표는 “국내 입양은 여러 차례 봉사를 통해 유기견과 신뢰를 쌓았고 입양 의사가 확고한 경우에만 입양 허가해주고 있다. 단점이나 예상되는 어려움도 모두 알려주고 숙고하게 한다”며 “이에 더해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펫티켓’ 교육을 진행해 바른 반려견 문화를 알리고 입양을 신중히 생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청 리본센터는 ‘온라인화’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코로나19로 휴관한 기간 유튜브를 통해 리본센터의 유기견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유기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강동구청 정지윤 주무관은 유튜브 영상을 만든 계기에 대해 “유기견을 사진이나 이름, 나이 등 평면적 정보로만 접해서는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게 마련이다. 어떤 아이인지 눈으로 봐야 마음이 가고 입양으로 이어지는데 센터가 문을 닫으니 입양이 급감했다”며 “고심 끝에 직접 유기견을 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효과로 리본센터에서는 5월에 7마리가 입양됐다. 정 주무관은 “감염병에 따른 입양센터 휴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입양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온라인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경기)=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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