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에 실망했다는 표현과 함께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언급되며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해당 의혹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관계부터 확인한 뒤 처리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30일 이 사건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이메일 질의에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가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현한 바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며 “이 사안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초유의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 사건은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뉴질랜드 국적 남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뉴질랜드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25일 뉴질랜드 매체인 ‘뉴스허브’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A씨는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나 다른 국가의 한국 공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뉴질랜드 사법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주뉴질랜드 대사관의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외교부 조사 과정에서 “성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그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1개월 감봉’ 조처가 내려진 점으로 미뤄 볼 때 외교부가 A씨의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A씨는 전날 보도된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애자도 성도착자도 아니다”라며 “어떻게 나보다 힘센 백인 남자를 성적으로 추행할 수 있겠느냐”라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아직 한국 측에 A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피해자 측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안에 대한 진정을 냈으며, 인권위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은 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전화 통화에서도 언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뉴질랜드 총리가 자국 언론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보도된 사건을 언급했다는 강민석 대변인의 설명에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부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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