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에 오일 듬뿍… 페페론치노 넣어 매콤
대하찜·대하구이 등 새우 요리도 다양
새우는 조리하는 온도에 따라 어떤 순서에도 손님 식탁에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팔방미인 식자재다.
요즘처럼 생산, 유통, 수입이 원활한 시대에는 새우뿐 아니라 그 귀했던 랍스터도
가까운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오늘의 요리는 단골손님에게 만들어 드리던 ‘감바스 알 아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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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마늘·오일만 있으면 감바스 뚝딱
새우는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 중 가장 널리 쓰이고 대중이 좋아하는 재료다. 탕, 찜, 구이 등 조리법이 다르고 다른 해산물이 주인공이더라도 크든 작든 새우 두어 마리가 항상 함께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새우 머리에서 나오는 진득한 향과 맛은 감칠맛을 더하고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속살은 다른 해산물들과 함께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중 별미는 새우 머리인데, 구운 새우의 껍질을 벗겨 살을 먹다가, 머리만 모아 약간의 밀가루를 묻혀 튀겨 먹으면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새우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계절마다 오는 가을 대하는 전어와 함께 가을의 대표 메뉴라고도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흰다리 새우는 수입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조금 큰 마트에서는 랍스터처럼 닭 새우과의 큰 새우들도 구할 수가 있다. 또 솜씨 좋은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는 예전에는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꽃새우나 단새우도 쉽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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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일요일은 항상 가족 나들이를 다녔는데 서해 쪽은 단골 나들이 지역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새우는 보리새우과의 중하와 대하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크기 차이가 있을 뿐 맛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가을이면 서해 바다쪽에서는 이 대하를 주인공으로 하는 축제들이 벌어진다. 대하의 맛도 맛이지만 가족끼리 나선 나들이에서 선선한 가을 바다를 보며 먹는 그 기분이 그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봄이나 가을쯤이면 으레 온 가족이 장화를 신고 게나 낙지를 잡으러 갯벌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갯벌 근처 야장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어른들이 걸쭉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
새우는 익혀 먹는 것이 당연하던 어린 시절인데, 아버지 친구들이 살아 있는 새우를 껍질만 벗겨 먹는 것을 보고는 정말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해산물을 안 드시는 아버지도 친구들의 그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그래도 신선한 생새우 맛을 아는지라 생새우를 손질해서 오리엔탈 소스에 절여 준 후 살짝 식감이 있는 크기로 다지고 샬롯, 사과, 약간의 머스타드, 생강 등을 곁들이면 꽤 맛있는 새우 타르타르가 탄생한다. 이를 손님께 웰컴 푸드로 접대하기도 한다. 또 단골들에게만 내는 메뉴가 있는데 감바스 알 아이효다. 새우와 마늘, 오일만 있으면 간편하고 빠르게 손님께 서비스 메뉴로 나갈 수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초창기 잠깐 판매했던 메뉴인지라 기억하시는 손님들께만 드리는 따뜻한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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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새우젓과 새우요리
새우는 굽거나 탕에 넣는 방법 말고도 다채롭게 사용된다. 돼지고기 보쌈과 함께 나오는 새우젓이 대표적이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새우젓은 김치의 속 재료로 그 어머니들의 김치 맛을 좌지우지한다. 새우젓은 명칭이 많다. 동백하젓(1월), 오젓(초여름), 육젓(6월), 추젓(가을철) 등 나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른다. 그중 육젓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를 모시고 인천 소래 포구로 새우젓을 사러 간다. 음식점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워낙 손이 큰 어머니가 온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며 새우젓도 항상 30㎏ 정도 구매한다. 예전엔 가격차이 때문에 생새우를 사서 젓갈을 만들어 볼까도 고민했지만 프로가 아닌 이상 생새우를 맛있는 젓갈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기에 진작 포기를 했다. 맛을 떠나서 상하면 그게 무슨 난리인가. 내가 한식에 일가견이 있다면 도전해 볼 법도 하지만 한식은 먹는 것만 좋아하는 철저한 서양 음식 요리사이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는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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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새우요리는 대하찜, 대하구이 등이 유명하다. 요즘에는 새우장을 만들어 덮밥식으로 먹는 요리들도 크게 성행하고 있다. 또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스페인 요리 감바스 알 아이효는 신선한 새우, 마늘, 페페론치노, 올리브 오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가 있다. 비슷한 스페인 요리인 카수엘라는 냄비요리라는 뜻이다. 오일이 좀 더 자작한 감바스를 카수엘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랑스에서 새우는 요리의 감초로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해산물 수프인 부야베스나 해산물 찜인 파피요트에 새우가 많이 쓰인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감바스 알 아이효 만들기
<재료>
껍질 벗긴 대하 5마리, 마늘 5톨, 올리브 엑스트라 버진 오일 50㎖, 닭 육수 50㎖, 페페론치노 약간, 바질 2장, 소금 1꼬집, 후추 1꼬집, 파마산 치즈 약간, 애호박 30g, 양송이 버섯 2개
<만드는 법>
①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저민 마늘을 넣고 천천히 향을 내준 후 새우를 넣는다. ② 애호박과 양송이를 넣어 준 후 새우가 익기 시작하면 닭육수를 넣어 준다. ③ 페페론치노를 넣고 간을 해 주고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어준다. ④ 다진 바질을 넣어 준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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