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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예상 웃돈 급락세… 당국·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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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04 19:02:28 수정 : 2020-12-04 20: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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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원선 무너져…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
“과도한 환율 변동 바람직 않아”… 당국 고민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들 긴장감 높아져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파죽지세로 내리고 있다. 1100원선이 깨진 지 하루 만에 1090원선이 무너졌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9원 내린 달러당 1082.1원에 장을 마쳤다. 나흘 연속 하락세였다. 당국과 산업계는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에 당혹해 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루 만에 1090원선 무너져 

 

이날 환율은 4.5원 내린 1092.5원에 개장, 거센 하락 흐름에 휩쓸리며 오전에 1090선이 붕괴했다. 장 막바지에는 1081.1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2년 6개월 만에 1100원 아래로 하락한 지 하루 만에 다시 1080원대로 내려앉으며 1082.1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2018년 6월 14일에 1083.10원을 기록한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원화는 글로벌 위험 선호 현상, 달러화 약세·위안화 강세, 코로나19 위기 속 상대적으로 선방한 한국의 경제 지표가 맞물려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정부가 코로나19 부양책으로 막대한 돈을 추가로 풀 예정이어서 달러화 약세는 예정된 흐름이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3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처음 전화 통화를 하고 부양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자연히 부양책 연내 통과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 부양책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90.6선까지 하락해 2년 반 만의 최저치를 사흘 연속 경신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험 선호, 주가 상승, 외국인의 주식 매수 등 제반여건이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상황이고 오늘은 위안화 환율까지 같이 빠졌다”며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오늘 한국은행의 10월 경상수지 발표에서 경상흑자가 두 달 연속 100억 달러를 훌쩍 넘긴 점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예상보다 빠른 속도… 당국 움직임은

원화 강세는 예상된 흐름이지만 속도가 문제다. 금융권은 원화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돼 달러당 1050원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하루 만에 1100원, 1090원 선이 급속도로 무너지자 외환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은 급격한 환율 하락을 우려하며 지난달부터 ‘구두 개입’을 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지난 2개월간 원화는 세계 주요통화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으며 원화 환율은 한 방향 쏠림이 계속되는 모습”이라며 “과도한 환율 변동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6일 “환율의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이런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우려는 크지만,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더 나아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당국으로선 구두 개입 수위를 높이며 환율 하락에 고삐를 죄 연착륙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원ㆍ달러 환율 1100원, 대기업은 1000원을 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완성차 5사 기준으로 매출이 약 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6개월 연속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흐름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116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역대 3위 기록이었다.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의미하는 상품수지는 101억5000만달러로 10월에 이어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흑자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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