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지적 관련
“도움 줄 때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
주치의 “나영이, 소통하며 잘 지내
주변인 피해사실 모르는 게 바람”
“이제는 모든 걸 잊고 싶습니다.”
‘나영이’(가명)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조두순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다. 그는 조두순을 ‘그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 사람과 관련된 얘기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조두순 출소 전날인 11일 나영이 아버지는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이사를 마쳤지만, 안산을 떠났는지 주변 동네로 옮겼는지는 (보안 문제로) 밝힐 수 없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살던 데만 하겠느냐”면서도 “새 보금자리에서 이제 그 사람을 잊고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별로 관심도 없고, 도움을 바라고 싶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도움이란 (내가) 스스로 얘기하기보다 그쪽에서 먼저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 (묻고)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며 “‘이렇게 도와달라’하는 건 ‘옆구리 찔러 절 받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영이 주치의인 신의진 연세대 교수가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자 가족에게 대책을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과 관련해선 “정확하게 말씀하셨다”면서 “참 힘겹게 살면서, 도와주면 고마운 것이고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 이래도 저래도 속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나영이 가족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신 교수는 최근 나영이 근황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느 대학생처럼 소식을 올리며 밝게 소통한다”면서 “나영이는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끝까지 주변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또 “(배변주머니 등을 떼어냈지만) 보통사람처럼 아주 건강하지는 않다”면서 “나영이를 살리려고 국민 모금을 두 차례나 했다.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제도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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